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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정은 집권 10년] 2. 제재와 코로나로 북한 경제 위기..."자력 갱생 노선 한계 분명"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 류경체육관 인근에 적힌 김정은 국무위원장 찬양 구호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 류경체육관 인근에 적힌 김정은 국무위원장 찬양 구호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0년 간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도 주력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 경제는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자력 갱생 노선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2011년 12월 19일 특별 보도를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리춘희 아나운서] “2011년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13일만인 2011년 12월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며 최고 권좌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불과 27세의 김 위원장의 집권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에는 불안함이 어려 있었습니다.

20년에 걸친 후계자 시절을 거쳐 최고지도자에 오른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체제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이 큰 탓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권력장악을 위해 던진 승부수는 당 주도의 국정운영 체제의 부활이었습니다.

당 중심 국정운영은 사회주의 국가의 일반적인 통치방식이지만, 김정일 위원장 시절엔 군을 앞세운 ‘선군 정치’라는 기형적인 통치체제로 유명무실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고난의 행군’ 같은 비상상황에서 선군정치는 북한판 계엄통치였다며 정치 기반이나 경험이 부족했던 김정은 위원장에겐 비대해진 군부가 큰 부담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군의 실세들은 잠재적 정적으로서의 위험성이 하나 있었고요. 또 하나는 선군정치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군에 경제적 특권을 줬거든요. 이런 경제적 특권을 다시 당이 가져와야 되는 거죠.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선.”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노동당 기구의 활동을 부활시키고 1980년을 끝으로 35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노동당 대회와 당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를 활성화 했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1인지배 체제 구축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군부 인사는 물론 친인척도 가리지 않고 숙청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을 시작으로 군부 고위 인사를 수시로 교체하거나 강등 또는 처벌하는가 하면 2013년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2017년엔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입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김정은이 등장해서 선택의 여지 없이 유일지배구조를 구축해야 되는 거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여기엔 혈연이든 친인척이든 또는 측근이든 저촉되는 인물들은 누구든 예외가 없었다는 거죠, 유일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과정에선. 그러니깐 집권 초기에 체제가 취약했던 부분이 반영돼서 여러가지 숙청이나 권력 파동이 나왔다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최고지도자로서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제도적으로 완성시켜 갔습니다.

집권 5년 차인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 당의 최고영도자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고 같은 해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국무위원회를 신설, 위원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선 헌법상 김정일에게 영원히 부여했던 당 총비서 직책까지 차지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잠재적 도전세력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가 상당 수준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데다 경제난 심화로 주민들의 충성도는 선대 지도자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인태 박사입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제도적인 유일지배구조는 오히려 선대 이상으로 강화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지금 완성됐다, 고도화됐다, 강화됐다고 표현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단 지금 현재 취약점은 김정은 본인을 완성된 수령으로 만들지 못한, 다섯 글자인데요, 수령 우상화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이 부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년 간 핵과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 개발과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했습니다.

2013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내세운 그는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핵·경제 병진’ 노선을 접고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선회하면서 2018년부터 이듬해 초까지 미국과 핵 담판 정상외교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의 핵 무력 완성에 대한 반발로 한층 강력해진 국제 사회의 제재가 지속된 가운데 2019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과의 교역이 봉쇄됐고 2020년엔 자연재해까지 덮쳐 북한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연도별 경제성장률이 2016년까지는 대체로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7년부터는 줄곧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4.5%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2019년부터 핵 억제력을 내세우며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으로 돌아갔습니다.

자력갱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내각 중심의 국가 관리 경제 체제에 힘이 실렸고 특히 당과 군 등 이른바 힘센 특수 기관들의 ‘노른자위 기업과 이익 독점’ 체제를 국가경제 틀 안에 가두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도입된 시장경제 요소들이 후퇴하는 조짐도 보였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입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북한이 지금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 전력 확충 같은 이른바 무기체계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보다 근본적으론 팬데믹이나 이런 상황에서 경제의 최소한의 운용을 해 나가려면, 생존해 나가려면 하부기관의 위임돼 있는 재량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필요성들이 생겨나는 거죠.”

경제난 심화로 민심 이탈을 우려한 주민통제와 감시도 강화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와 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독려하며 특히 지난해 12월엔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상물을 유포 또는 시청한 사람을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의 전략적 기조 자체가 대미 장기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 자체도 길게 가져가야 하고 그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과정에서 통치 방식도 주민들을 좀 더 사상적으로 결속시키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조성된 환경의 어려움 그리고 장기적으로 정세와 싸워야 되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한 그런 정책적 선택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1990년대 중 ·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장마당 세대’에 대한 사상 통제도 강화해 외부문물을 철저하게 배격하도록 하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습니다.

황일도 교수입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이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보고 듣고 자란 사람들이다 보니까 국가나 당에 대한 혹은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이전 세대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중장기적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이런 방식으로 경제를 끌어나가겠다고 한다면 이 사람들의 이런 원칙이나 논리들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당연히 사상 교양을 강조하는 모델로 나타났다고 느껴집니다.”

북한은 민생고에 따른 내부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조하며 ‘김정은 주의’라는 독자적인 통치이념을 구상하고 있지만 자력갱생 방식으론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자력 갱생은 실패가 이미 입증된 것이고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정책이 자력 갱생이거든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5년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이것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요. 또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 없고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핵은 또 보유하겠다는 의사가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미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없는 거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으로선 비핵화 협상을 통한 국제 사회 제재 완화와 남북 협력 등을 통해 외부 자원을 유입시켜야 경제 회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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