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올 들어 네번째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를 결산하는 이번 회의에서 위기에 처한 경제와 교착 상태에 놓인 대외관계를 놓고 어떤 정책 방향이 제시될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27일 개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위임’에 따라 회의의 사회를 봤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주요 당과 국가정책집행 정형을 총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기를 열기 위한 당과 인민의 투쟁을 승리의 다음 단계로 인도하는 전략전술적 방침과 실천행동 과업들을 토의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전원회의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고 “상정된 의정들을 승인하고 토의사업에 들어갔다”고 간략하게 소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원회의에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참가했고 노동당 전문부서와 내각의 성 그리고 중앙기관, 도급 지도기관, 시·군 그리고 주요 공장·기업소와 해당 주요 부문 간부들이 방청으로 배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 말단 조직의 간부들까지 참가했다는 점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2년 차인 내년도 경제와 민생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개한 방청 범위 등을 볼 때 1천여 명 정도로, 2019년 12월에 열린 전원회의처럼 규모 있게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성과를 평가하면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현장에까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첫 해와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을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전원회의가 ‘미니 당 대회’ 수준으로 열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아주 힘든 시기잖아요. 스스로가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이야기 했으니까. 그러면 국가가 통제력을 강화해서 총력 매진하려는 거니까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관의 대표자들을 다 참석시키는 거죠.”
전원회의는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대내외 주요 정책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유명무실했다가 김정은 체제 들어 공식 정책결정 기구로 위상을 회복했습니다.
이번이 올들어 네번째로 특히 연말에 열리는 전원회의는 2019년 이후 2년 만입니다.
2019년엔 나흘간 진행됐고 이듬해 1월1일 회의 결정서를 채택해 내용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올해도 사흘 이상 회의를 진행하며 연말 결산과 내년도 계획 수립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정치국 회의에서 농업과 건설 부문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는 등 국가사업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났다고 밝힌 만큼 올해 결산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정책노선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본인들이 올해를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고요. 또 한쪽으론 김정은 10년을 맞아서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거든요. 올해가 실패했다면 모를까 올 초처럼 모든 목표들이 엄청나게 미달했다 이런 식은 지금 아니거든요. 김정은 10년을 성스러운 10년 이 정도까지 표현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지금은 노선을 변경할 이유는 없는 거죠.”
통일부 당국자는 “내년은 김 위원장 집권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이자 김일성 주석 탄생 110주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주년 등의 의미가 부여된다”며 “북한으로서는 최소한 올해보다 부문별로 상향된 목표를 제시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의 추동력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지난 2년간 사실상 국가 봉쇄 수준으로 이어온 비상방역체제를 놓고 경제난과 민생고를 고려해 새로운 방역기조를 제시할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대미·대남 정책 방향이나 현안을 둘러싼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됩니다.
2019년처럼 이번 연말 전원회의 결과가 이듬해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체할 경우 대외정책 노선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반인권 행위를 이유로 새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켰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 간 종전선언 문안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의 대미 메시지의 강도에 따라 북한과의 종전선언 협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매우 강조하는 형태로 가고 그 전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식의 입장이 확실히 밝혀지면 한-미가 준비한 종전선언에 대한 설명은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죠. 반면 애매하게 여지를 남긴다면 종전선언을 설명하려고 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죠.”
한편 북한 매체에 공개된 전원회의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들이 앉은 주석단이 아니라, 그 아래 회의장 방청석의 맨 첫 줄 구석 자리에 앉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7일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 당시 호명 순서 때문에 최근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선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착석 위치로 미뤄 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방청석 1열 끝 쪽에 앉은 것으로 볼 때 후보위원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