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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자 대북 제재 7년 만에 최저...법무부 민·형사 조치는 활발


메릭 갈랜드(가운데) 미 법무장관과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오른쪽),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달 법무부에서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메릭 갈랜드(가운데) 미 법무장관과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오른쪽),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달 법무부에서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1년에 미국 정부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적은 독자 대북 제재 조치를 부과했습니다. 북한과의 외교 노력 등 정치적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제재를 집행하는 미 법무부는 민사와 형사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취하며 대조를 이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위반 개인과 기관들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 명단에 올렸습니다.

미국 정부의 사실상 독자 제재인 이 조치를 통해 북한의 리영길 국방상과 러시아인 드미트리 유리비치 수아 등 개인과 북한 중앙검찰소,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 등 기관들이 새로운 제재 대상자가 됐습니다.

특히 이 날은 ‘인권의 날’이었는데,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제재 대상자들이 ‘인권 유린’ 가해자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날 대북 제재 조치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이래로 적게는 연 4회, 최대 12회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임기 첫 해인 올해는 단 1번의 제재 발표가 나온 겁니다.

이는 7년 만에 가장 적은 제재 조치가 나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내용면에선 이날 제재 명단에 포함된 개인과 기관의 수가 9개로 적지 않았고, 3년 만에 북한 인권 문제를 겨냥한 제재가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재무부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에티오피아와 리비아, 니카라과 등 상대적으로 북한보다 관심을 덜 받았던 나라들에 대한 제재를 더 많이 한 점을 들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조치가 예년에 비해 크게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자문으로 활동한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VOA에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지정을 유보하는 이유를 추정하지 않겠지만, 그 이유가 정치적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 won't speculate why the Biden administration is withholding sanctions designations, but it's clear the reason is political, and it's also clear that by doing so, it's defying the requirement in section 104 of the 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 to designate entities involved in money laundering, proliferation, arms dealing, cybercrimes, and human rights abuses.”

스탠튼 변호사는 제재 조치 유보로 인해 “자금세탁과 확산, 무기 거래, 사이버범죄, 인권 유린 등에 연루된 기관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한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 104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 104조는 대북 제재 위반자들을 미국 대통령이 의무적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의 자금세탁 행위에 대한 증거가 넘쳐나고, 중국의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은 갈수록 노골적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재무부의 제재 지정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생화학방어 선임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물론 제재 회피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 제재 부과에 적극 나서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기존의 제재 이행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지난 10월20일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유엔 안보리 회의장으로 향하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이 독자적인 제재’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제재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그 제재 체제 이행에 좀 더 진지할 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뉴욕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뉴욕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Look, we already have a sanctions regime in place. We just need to be more serious about the implementation of that regime. Frankly, the 1718 Committee is not doing its job. We need to enforce these violations. We need to ramp up the implementation of the sanctions.”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인 ‘1718 위원회’가 “솔직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제재) 위반들을 단속해야 하고 제재 이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새로운 제재 조치가 적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북 제재 위반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단행하는 법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기관 등을 통해 민사와 형사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 온 최근 몇 년의 활동을 이어간 겁니다.

법무부는 올해 북한 해커 박진혁과 김일, 전창혁에 대한 형사 기소 사실을 공개하고, 싱가포르 사업가 궈기셍을 기소하며 지명수배했습니다.

또 3월에는 대북 제재 위반과 돈세탁 등의 혐의를 받던 북한 국적자 문철명의 신병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인도받아 미국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밖에 불법으로 유류를 운반하던 2천734t급 유조선 ‘커리저스’ 호에 대해서도 민사 몰수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고, 북한에 담배종이를 수출한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 소재 제지업체와는 101만 달러의 벌금에 합의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있어 다른 부처들 보다 자유롭고, 이에 따라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관련 증거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해서도 많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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