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일본이 외교 ∙ 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새 방위 장비를 공동 연구 ∙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사전경고 없이 시위대에 발포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과거 필리핀 독재 정권의 희생자들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의 대권 저지에 나섰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일본 외교∙ 국방 수장들의 회담이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하야시 요시야마 일본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6일 화상으로 미국과 일본 간 ‘2+2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새 정부 출범 후에는 처음 열린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2+2 회의는 지난해 3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정부 당시 도쿄에서 열렸고요. 기시다 후미오 정부 출범 후에는 처음 가진 겁니다.
진행자) 이번 2+2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짚어보죠.
기자) 네. 양국 장관들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다짐을 강력히 재확인하고 역내 평화와 안보, 번영의 초석으로서 미국과 일본 두 나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장관들은 또 성명에서,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훼손하려는 중국의 지속적인 행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 군사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두 나라는 공동의 안보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도발적 행동, 북한의 핵 야욕,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 등으로 역내 안보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블링컨 장관은 따라서 미국과 일본, 두 동맹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단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습니까?
기자) 네. 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우주 기반 능력을 포함한 최신 방위 장비를 공동 연구 ∙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극초음속 위협에 대응하고 우주 기반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새로운 방위 현안에 대해 보다 쉽게 협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연구 개발 협정을 출범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이 새로운 전략무기로 떠오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21세기 미사일 전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불리는데요. 음속의 5배, 시속 6천km 이상 빠르기로 날아가는 데다가 변칙 기동이 가능해 탐지∙ 요격이 어렵습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5일 자칭 ‘극초음속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일본도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은 주변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맞서 ‘레일건’ 개발 등 방어력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레일건은 전자력으로 포탄을 초고속으로 발사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 체계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이런 연구개발비가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비 예산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또 어떤 이야기들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네. 두 나라는 또 주일미군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5년짜리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블링컨 장관이 밝혔습니다. 합의에 따라 일본은 2022 회계연도부터 5년간 약 93억 달러를 분담하게 됩니다.
진행자) 일본 측의 발언 내용도 들어볼까요?
기자) 네. 하야시 요시야마 일본 외무상은 회의에서, 국제 사회는 지금 일방적인 현상 시도와 부당한 압력 남용, 권위주의 정권 확대 등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카자흐스탄으로 가보겠습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요?
기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7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시위대를 ‘노상강도’ ‘테러 분자’들로 지칭하면서, 군인과 경찰들에게 사전경고 없이 발포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일반적인 시위로 보지 않는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외국인 포함, 잘 훈련되고 무장한 노상강도, 더 정확히 말해 테러 분자 최대 2만 명이 알마티를 공격하고, 국가와 시민들의 재산을 파괴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테러 작전의 일환으로 사전경고 없는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7일) 별도의 성명에서 헌법 질서를 되찾고 있으며, 지방 당국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테러 분자들이 여전히 무기를 가지고 있고 시민들의 재산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대테러 작전은 이들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7일 아침에도 알마티에서 여전히 총격음이 들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이번 시위는 석유와 우라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남서부 지역에서 연료비 폭등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항의로 시작됐는데요. 알마티 등 주요 도시로 순식간에 확산하며 사태가 커졌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오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카자흐스탄은 국제 사회에서 종종 권위주의 국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까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30년 가까이 집권했는데요. 고령을 이유로 물러났지만,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그의 계보를 잇고 있고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실권을 잡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이번 시위 사태로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고 하죠?
기자) 네. 카자흐스탄 내무부의 7일 발표에 따르면 시위대 쪽에서는 지금까지 26명이 사망하고 3천 명 이상 체포됐습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경찰과 보안군도 18명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다친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양측 모두 피해가 큰데,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대와 대화에 나설 계획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정부와 시위대 간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토카예프 대통령은 범죄자, 살인자들과 대화한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며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카자흐스탄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투입돼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시위 진압을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CSTO는 즉각 병력 파견을 결정했고요. 러시아 공수부대가 6일 제1착으로 카자흐스탄에 도착했습니다.
진행자) CSTO가 구소련 국가들로 이뤄진 안보체제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집단안보 협의체입니다. 지난 2002년 CSTO가 창설된 이래, 회원국에 병력을 파병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그럼 지금 카자흐스탄에 투입된 외국인 병력은 얼마나 되죠?
기자) 약 2천50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CSTO는 파견 병력은 ‘평화유지군’이며, 국가와 군사시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러시아 언론들은 병력이 며칠 또는 몇 주, 카자흐스탄에 주둔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런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6일 무크타르 틀레이베르도 카자흐스탄 외무장관과 사태를 논의했는데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카자흐스탄의 헌법 제도와 언론 자유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거듭 확인했으며, 평화적이면서 권리를 존중하는 사태 해결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필리핀이 올해 큰 선거를 치르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는 5월 9일,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 200여 명의 상 ∙하 의원들과 시장 등 공직자 1만 8천여 명을 선출하는 선거를 실시합니다.
진행자)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후보들의 선거 운동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새해 들어 후보들의 표심 잡기 행보도 바빠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에는 유력한 대선 후보 가운데 1명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청원서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동명의 전 대통령 아들이죠?
기자) 맞습니다.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0여 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필리핀에서는 ‘봉봉’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불리는데요. 2010년부터 6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냈고, 2016년 선거 때는 부통령직에 도전했다 실패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마르코스 후보에 대해 어떤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마르코스 후보는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 집권 기간 수천 명이 살해되거나, 고문 또는 실종됐는데요. 인권 단체들과 희생자들은 마르코스 일가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권력을 다시 잡으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지난해 11월 첫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내용이 접수됐습니까?
기자) 또 다른 시민 단체는 마르코스 후보의 탈세를 문제 삼았습니다. 마르코스 후보는 과거 탈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필리핀 선거법상, 도덕적인 부패와 관련된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직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습니다. 청원자들은 탈세는 도덕적 부패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지적에 대해 마르코스 후보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마르코스 후보는 아버지의 재임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미국 CNN 필리핀 지국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잘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면 즉시 사과하겠지만,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청원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그동안 마르코스 후보 측의 빅터 로드리게스 대변인은 성가신 소란으로 치부해왔습니다. 로드리게스 대변인은 지난달에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환멸스러운 단체도 그들의 대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그러한 권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마르코스 후보의 지지율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마르코스 후보는 5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 뒤를 현직 부통령인 레니 로브레도 후보가 따르고 있는데요. 로브레도 후보의 지지율은 20%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청원서들이 접수된 후 다음 과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초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원인들은 또 다른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선관위나 대법원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도 나서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 다바오 시장이 부통령직에 출마하고 있습니다.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 시장은 당초 높은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감으로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었는데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마르코스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통령 출마를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지금 필리핀 대선에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현직 대통령의 딸이 손잡고 함께 뛰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