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억지력 부대에 태세 강화를 명령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와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러시아의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시의 배경에 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며, 강력한 경제 재제를 가하며 위협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26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스템과 단절되고, 전 세계적으로 운영 능력이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푸틴이 침공 정당화”
미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하는 쪽으로 침공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ABC 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없는 위협을 만들어내서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패턴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어느모로 봐도 러시아가 나토의 위협을 받거나,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전력 태세 강화 지시에 대해 "위험한 언사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 같은 언사와 그들(러시아)이 독립 주권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있는 현 상황을 결합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협상 개시 합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27일) 러시아와 평화 협상 개시를 위해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대표단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조건없이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EU, 러시아에 영공 폐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27일)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데 EU 재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상 처음으로, EU는 공격을 받고 있는 국가에 무기와 관련 장비 구매·수송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 하나의 금기가 깨졌다"며, "그것은 EU가 전쟁에서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금기”라고 강조했습니다.
EU 측은 아울러, 러시아 항공사의 역내 상공 운항과 러시아 국영 매체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인들에게 EU 상공을 닫을 것"이라면서 "모든 러시아 소유·등록 또는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항공기의 금지"를 언급했습니다. "이들 항공기는 더 이상 EU 영토에서 이착륙하거나, 영공을 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런 조치가 "러시아 법인 또는 자연인이 소유하거나, 전세 내거나, 다른 방식으로 통제하는 어느 항공기에나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EU)의 영공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재벌 특권층)의 개인 제트기를 포함해 모든 러시아 비행기에 닫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도 단행합니다. 미네랄 연료부터 담배, 목재, 시멘트, 철광석, 철강까지 벨라루스산 수입을 금지한다고 EU 측은 밝혔습니다.
-미, 전범 재판 회부 가능성 거론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당국자가 러시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전범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7일 방송된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언'에 출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간주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들은 침략자"라고 답했습니다.
따라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하고, 유엔이나 어느 곳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범 재판 여부에 관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러시아에 책임을 묻도록 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학살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가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침공 나흘째, 우크라이나 강렬 저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나흘째인 27일, 양측 병력이 수도 키이브(러시아명 키예프) 등 주요 도시 통제를 두고 교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에 진입한 뒤 강렬한 저항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하르키우에서 폭발이 보고됐다고 밝히고, 러시아군이 가스관을 폭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군은 다른 지역에서도 석유와 가스 시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날 키이브에서 남서쪽으로 30km 가량 떨어진 곳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져, 유류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현지 당국이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상태라고 전날(26일) 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