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벨라루스 브레스트 주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협상 3차 회담에서 "작게나마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고 우크라이나 대표단장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이 밝혔습니다.
이같은 진전을 통해, 민간인들이 주요 도시에서 빠져나갈 안전 통로 구축 이행 방식에 더 발전을 이루게 됐다고 포돌랴크 고문은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측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인도주의 통로 개설 문제를 우리가 중점 제기했다"며, "우크라이나 측은 내일(8일) 통로들이 가동될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전 문제 논의 계속
민간인 보호 문제 이외에, 양측이 추구하는 궁극적 요구 사안에는 성과가 없었습니다.
러시아 측의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회담을 위해 "많은 문서를 준비했고, 못해도 의정서 정도는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 측 포돌랴크 고문은 "전투 중단과 정전 등에 관한 핵심적 정치 안건들에서 강도 높은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어지는 협상에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측 궁극적 목표 이견 여전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신나치 세력이 있고, 이들이 러시아계 주민 등을 탄압하기 때문에 양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와 '동부 돈바스 친러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포기' 등을 통한 '비무장화'와 '중립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안보 문제는 주권 사항이고, 동부 지역 분쟁은 영토 문제여서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조건없이 공격을 멈추고 즉각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4차 회담
이어질 4차 회담 일정에 관해 러시아 측은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벨라루스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진행된 1차 회담에서는 별다른 결론을 맺지 못했고, 지난 3일 열린 2차 회담에선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일시 휴전 방침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거점 도시들에 폭격이 계속되면서, 합의 사항을 실제 이행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한편, 터키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외무장관이 3자 회담 형식으로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날 것이라고 이날(7일) 터키 관영 매체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미국·한국 '비우호국가' 지정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7일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자국민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이 목록에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싱가포르, 한국과 함께 유럽연합(EU) 회원국, 타이완, 그리고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등이 올랐습니다.
이번 정부령의 "목록에 오른 국가 또는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뒤,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단행한 곳들"이라고 타스 통신은 설명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안보회의와 각료회의 발언 등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 제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해왔습니다.
-러시아 측 보복 제재 단행할듯
이번 러시아 정부령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단행한 '일부 외국 채권자에 대한 한시적 의무 이행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해당 대통령령은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러시아 정부와 기업, 지방정부, 개인 등이 외화 채무를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방 측의 제재로 외환 접근을 차단당한 러시아 주요 기관과 개인들의 사정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채무자는 러시아 은행에 특별 루블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 환율 기준으로 환산한 채무액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은 매달 1천만 루블(미화 약 7만 2천 달러)이상의 채무에 적용됩니다.
루블화의 가치는 최근 폭락한 상황입니다.
이밖에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나라와 당국에는 러시아 측의 외교적 제한 등 보복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정당화할 수 없는 공격'으로 규정하고,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올리가르히(재벌 특권층)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습니다.
또한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고,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습니다.
-미, 러시아 원유 금수 검토
대러시아 제재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원유 금수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N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만 국제유가에 미칠 여파를 감안해 "세계 원유 공급량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백악관은 미 의회 내 관련 위원회와 함께 구체적인 원유금수 법안 작성을 진행 중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6일) "러시아를 세계 경제에서 더욱 고립시킬 강력한 법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원유 수입 금지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러시아 석유와 에너지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벨라루스와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폐지하며, 러시아가 세계 무역 체제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첫 번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펠로시 의장은 덧붙였습니다.
상원에서도 지난 3일, 양당 중도파인 조 맨친(민주) 의원과 리사 머카우스키(공화) 의원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법안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미국이 곧 취할 수 있는 조치"로 거론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과 전 세계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투기 '간접 지원' 논의
한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전투기 문제와 함께, 그 지원이 이뤄질 때 공백을 우리가 어떻게 메울지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를 지원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폴란드에 F-16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폴란드는 2006년부터 F-16을 도입했고, 냉전 시기 소련에서 들여간 미그기들도 보유 중입니다.
서방 측에 전투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옛 소련 무기 체계에 익숙한 조종사들이 미그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오래된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 대신 미국산 F-16으로 공군력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간접 지원 방안을 "우리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며 "폴란드 정부는 물론, 다른 나토 동맹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폴란드 정부는 이 같은 논의 진행 상황을 일단 공식 부인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루마니아 등 인접 국가에서 비행한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항공기에 비행장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전투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날(6일)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러시아 금수' 동참 요구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대러시아 금수 조치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원유를 포함한 러시아산 제품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각국 상품을 수출하는 행위도 멈춰, 러시아 경제에 압박을 더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150만 돌파
한편,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단행한 뒤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피란민이 150만명을 돌파했다고 6일 유엔이 발표했습니다.
이날 현재 이웃나라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주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에서 173만 5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난민 위기"라고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가 밝혔습니다.
-러시아군 주요 도시 공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 주요 거점 도시에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체르니코프, 수미 등지에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을 폭격하고, 점령지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면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합참 측은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7일) 크이우와 하르키우, 마리우폴에 민간인 탈출 통로를 개설한다고 밝혔으나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 경로가 대부분 러시아와 벨라루스 영토로 연결되는 점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확인한 뒤 이행 불가를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지난 3일 정전협상 2차 회담에서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일시 휴전'은 거듭 이행되지 못한 바 있습니다.
5일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과 동부의 볼노바하에서 휴전하기로 했으나, 포격 등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다음날인 6일에도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 작업을 시도했지만 중단됐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