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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방북 미 암호화폐 전문가 “북한 방문 후회…어리석은 결정”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제공: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제공: Cal School Of Information.

북한에 무단 입국해 제재 회피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가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방북 결정이 어리석었다며 자책했습니다. 최종 선고 판결을 앞둔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버질 그리피스 씨는 최근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 “북한을 여행하기로 한 내 결정의 어리석음과 우둔함은 지금의 나를 놀라게 한다”며 당시 방북을 후회한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그리피스 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편지에서 “당시 마음 속으로 (북한에) 가는 것을 정당화했던 이유를 설명할 유일한 길은 내가 그 나라(북한)가 무너지기 전에 그곳을 보는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라면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며칠 전 누군가 동베를린을 볼 기회를 제공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내 나라를 사랑하고 이 나라를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북한으로) 가기 전 그리고 돌아온 뒤 국무부에 신고하고, 이후 심문을 받기 위해 자비로 연방수사국(FBI)으로 날아가 스파이가 되겠다고 제안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러나 지금은 국무부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북한으로) 향한 것과 북한과 관련해 한 일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나는 오만했고 매우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가치가 크게 상승한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개발자인 그리피스 씨는 지난 2019년 4월 국무부의 승인 없이 평양 블록체인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하고, 이 기간 북한에 국가 기밀과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그 해 11월 체포된 인물입니다.

이후 검찰과 법적공방을 벌여오던 그리피스 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혐의 중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위반 공모 혐의를 인정하면서 다음달 최종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그리피스 씨의 편지와 함께 제출한 선고 관련 의견문을 통해 그리피스 씨가 자신의 행동을 깊게 뉘우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그에게 24개월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그리피스 씨가 북한을 “역사의 뒤안길로 곧 사라질 정권”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록 오만하고 순진했지만 북한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평화를 위해 행동한다고 여겼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방문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보지 못한 사실과 자발적으로 국무부와 FBI 조사에 응한 점을 감형 요인으로 참작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변호인은 선고 관련 의견문, 그리피스 씨의 편지와 별도로 이날 재판부에 그리피스 씨 가족과 친구 등의 탄원서도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직 제출되지 않은 검찰의 최종 구형 문건을 추가로 검토한 뒤 다음달 12일 그리피스 씨의 최종 형량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리피스 씨가 유죄를 인정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위반 공모 혐의는 최대 20년의 구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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