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접근법과 미한일 3각 공조 등 여러 사안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일치된 입장을 보이면서 미한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부당함에 대한 강경한 대응은 한국 내 반중 정서로 인해 오히려 윤 당선인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11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성윤 미 터프츠대학 교수와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한국의 대선 결과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성윤 교수)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모든 정치체제를 제외한다면 최악의 체제다’라고요. 따라서 윤 당선인의 박빙 승리로 한국인들은 여러 후보들 중에서 그나마 거부감이 덜 한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위안을 삼을 것 같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는 적지만 실제 그가 얻은 총 득표율은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2017년에 얻은 득표율보다는 상당히 높습니다. 5년 전 문 대통령이 받은 표보다 윤 후보는 300만 표를 더 받았습니다. 7.5%포인트 높은 것이죠. 윤 후보는 정부를 이끌 권한을 받은 겁니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직면하게 될 많은 국내외적 도전들이 있지만요.
진행자) 이번 대선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이번 선거가 정말 많은 면에서 한국의 정치적 분열과 양극화의 깊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선거는 매우 접전이었죠. 이것은 윤 당선인을 매우 흥미로운 위치에 있게 한다고 봅니다. 이 교수님 말처럼 두 후보 모두 실제 인기가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낮은 기대치로 인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마주해야 할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손을 내밀어 협상과 타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당선 직후 윤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예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물론 그럴 수는 있었지만요. 저는 그것이 존중을 보여준다는 점을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의 다른 문제들에 집중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말이죠.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데 일치됐던 것 같습니다. 새 한국 정부와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중 하나로 말이죠.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윤 당선인도 미한동맹 공고화에 대해 말해 왔습니다. 둘 사이에 교감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성윤 교수) 미국 관점으로 볼 때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모든 것을 제대로 짚었습니다. 그는 미한동맹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했습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후 중단됐던 연합훈련도 재개하길 원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관점에서 이것은 윤 당선인을 좋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윤 당선인은 북한과 중국에 맞서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관점에서 좋은 신호들이죠.
진행자) 앞으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더 일치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이성윤 교수)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좀 격동적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독재자가 무기 실험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동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매우 도발적인 무기들 이를테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은 김일성의 110세 생일이 있는 달입니다. 또 김정은이 권좌를 승계받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죠. 김정은은 2012년 4월 11일 자신을 총비서로 추대했고 이틀 뒤인 13일에는 자기 자신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올렸습니다. 2012년 4월 13일에는 외국 기자들을 초대한 상태에서 IC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큰 실패였기는 했지만요. 따라서 저는 이런 것들이 미국과 한국의 새 대통령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추가적인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그것들을 윤 대통령 탓으로 돌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차피 했을 일에 대해서 말이죠. 김정은은 이것이 한국 새 정부의 적대정책에 대한 방위조치라고 말할 것입니다.
진행자) 윤 당선인은 선거 때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지만 필요하다면 더 강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다른 건가요? 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스나이더 국장)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도전과 씨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외교와 억지력 사이의 영역에서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을 수반합니다. 혼합돼야 하죠. 저는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달리 외교적 요소보다는 억지력에 뚜렷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미사일과 핵뿐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들을 시험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정책의 중심에 인권이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십니까?
이성윤 교수) 당연히 그러길 바랍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5년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진정한 족적을 남길 기회가 있습니다.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논의를 정상화하려는 도덕적 용기를 복돋운다면 말이죠. 윤 대통령이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나고요? 그것에 대해 말을 하면 됩니다. 김정은에게 끔찍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촉구하는 것이죠. 놀랍게도 어떤 한국 대통령도 지금까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또 공공 외교에 참여하고 비정부기구(NGO)와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금과 재정지원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은 보수 진영이든 진보 진영이든 한국 지도자를 길들이는 방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진행자)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힌 행동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추가 사드 배치에 열려 있고 중국이 주시하고 있는 쿼드에도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한중 관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이성윤 교수)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016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따른 것이죠.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사드 포대 추가 배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추가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중국은 격렬히 항의할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강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되돌아설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내 반중 감정이 만연하는 새로운 현상이 될 것입니다. 반미 감정이나 반미 시위 혹은 반일 시위와 달리 우리는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확산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중국 대사관 앞에 모이는 형태의 시위 같은 것인데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윤 당선인이 이를 이용하거나 반중 정서의 불씨를 부채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중국에 맞서야 하고 중국이 한국을 괴롭힌다고 여길 때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윤 당선인에게 유리할 겁니다.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어쩌면 그의 지지율을 더 높일 것입니다.
진행자) 중국과의 외교에서 관측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될까요?
스나이더 국장)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선거 운동 기간 윤 후보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레드라인을 몇 번 밟았기 때문이죠. 저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1면 보도가 윤 당선인의 바이든 대통령과의 빠른 전화 통화에 우려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 보도는 어차피 다 알 수 있는 신호를 보낸 겁니다. 한국이 국익에 따라 행동하고 한쪽과 극적으로 일치되지 않길 기대한다는 신호였죠. 따라서 저는 중국이 불안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의 외교 측면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조기 시험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제재에 대한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은 어떨까요?
스나이더 국장) 윤 당선인은 제재를 지지하고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는 그의 넓은 관점 때문이죠. 국제사회는 북한의 계속된 실험에 매우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말이죠. 따라서 이것이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도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재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죠. 이것은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성윤 교수와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