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윤 당선인은 원칙있는 대북정책과 미-중 전략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한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현 문재인 정부와 다른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예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개표를 완료한 결과 48.56%, 1천639만여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 1천614만여표를 얻으면서 불과 0.73% 포인트, 24만7천여 표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1, 2위간 이런 격차는 한국 헌정 사상 가장 적은 수치였습니다.
윤 당선인은 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인데 역설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끈 주역이 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 등으로 집권세력과 갈등 끝에 지난해 6월 정권교체를 기치로 정치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대선 도전을 선언한 지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겁니다.
보수 성향 야당 후보의 당선으로 진보 성향 문재인 정부의 기존 정책들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의 새 정부 앞에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의 미-한-일 협력 문제 등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윤 후보는 10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가진 당선 인사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입니다.”
윤 당선인은 또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가치 기반의 미-한 동맹에 무게를 싣는 발언도 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겠습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더 이상 동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자’로서 역할을 하며 미-북 간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윤 당선인은 그동안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윤 당선인은 북 핵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추가 도입 등이 검토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3축 체계 이런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시 보완하고 또 북한 미사일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 추가 배치라든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를 보다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대화와 협력으로 트려는 접근방식을 취해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조건 없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 왔으나 이제는 임기 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면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반면 윤 당선인은 남북관계를 푸는데 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대화에 대한 방점은 분명히 찍혀있고요, 다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작했던 원점인 2018년으로 돌아가려고 하겠죠. 비핵화를 포함한 남북관계에 대한 대화를 보다 원칙으로 돌아가서 강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또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의 일종의 균형외교를 펴 온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정책 기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에 한층 힘을 싣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미 관계 강화인데 포괄적 전략동맹과 인도태평양 전략에의 적극적인 참여가 될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기존에 등한시 했던 지역 차원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체적으로 쿼드 워킹그룹 가입, 3불정책 폐지 이런 것들을 공약에 걸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정권 초기에 한-중 간 긴장과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윤 당선인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향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 미-한 정상회담 등의 계기를 통해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 내내 갈등을 빚어왔던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윤석열 당선인은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이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인도태평양의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을 했고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맹 진영이 강화되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한-일 정부에 대한 미국으로부터의 어떤 요구가 있을 거고요. 또 양국 모두 지금 양국관계에 피로감을 갖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신정부 탄생을 계기로 대화의 여지는 좀 더 커질 거다.”
한편 윤석열 당선인은 10일 오전 당선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현충탑에 헌화하고 분향한 후 방명록에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