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를 종료한다고 11일 밝히고, 의회 동의를 요청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에 관해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에 미국과 함께 유럽연합(EU), 주요7개국(G7) 등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동참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제재 영향을 심하게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산 보드카를 포함한 주류와 수산물, 비산업용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입 금지도 선언했습니다. 해당 금수 조치로 러시아의 10억 달러 이상 무역 매출이 제거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산 자동차와 의류, 일부 주류 품목과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했습니다. 이 조치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재벌 특권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의회 동의 절차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는 교역에서 최혜국 대우를 해주는 관계를 가리킵니다. 최혜국에는 일반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무역 장벽도 적습니다.
따라서, 최혜국 대우가 박탈되면 해당 국가 상품에 높은 관세가 붙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미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은 철광석, 철강, 비료, 무기 화학물질 등 산업 자재와 광물 연료, 귀금속, 석재류 등입니다.
미국에서 최혜국 대우 박탈 조치는 의회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는 행정부 방침에 지지를 모은 상태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11일) 담화에서 "워싱턴 정가에서 많은 현안에 의견이 갈려있지만,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고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압박을 가하는 사안"은 예외여서, 정치권이 뭉쳐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자유 세계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에 맞서는 데 함께 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주요 동맹 제재 확대 동참
EU는 이날(11일) 즉각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 박탈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날(12일)부터 적용할 최혜국 대우 박탈 등 대러시아 추가 제재 패키지를 공개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러시아를 퇴출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이 단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철강 등에 추가 수입 규제를 실시하고 EU산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동맹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를 포함한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발표하고, 즉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제재가 가중되는 여파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습니다.
백악관은 제재 확대 이후 러시아 경제 현황에 관해, 루블화의 가치는 1센트에 미치지 못하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장기 운영 중단 중이며, 국가신용등급은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러시아 금융 당국은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부터 주식시장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 마이너스 성장 전망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올해 15%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10일 국제금융협회(IIF)는 2022년 러시아의 작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기존 예측치 3%보다 18%P 낮은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IIF는 "서방제재 때문에 금융여건이 급격하고 전례 없이 긴축될 것"이라며 "심한 경기침체의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푸틴 "서방기업 자산 압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화상 각료 회의를 열어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서방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습니다.
애플과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현지 영업을 중단하고, 각국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취소하거나 서비스 제공을 보류하는 등의 움직임에 맞대응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러시아에 경고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업 자산 압류 방침이 "불법적 결정"이라고 이날(10일) 트위터에 적고 "러시아에 더 큰 경제적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조치는 "러시아가 사업과 투자를 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 기업계에 낼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외반출 금지 상품 설정
한편 이날(10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가스관 역시 100% 채워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에 판매하는 가스 공급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국외 반출이 금지되는 200여 종 상품과 장비 목록을 확정해 이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기술과 통신·의료·운송·농기계 등 국외 반출이 중단됩니다. 카자흐스탄·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을 뺀 모든 국가가 대상입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 정부가 최근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미국·영국·호주·일본·타이완·한국·유럽연합(EU) 회원국 등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목재 판매를 금지합니다. 해당국 선박의 러시아 입항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중·서부로 공습 확대
러시아군은 11일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지역에 수차례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북부와 동부, 남부에서 진격을 벌여온 가운데, 중·서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러시아군은 이날 중부 도시 드니프로 주변을 공습해 상당한 피해를 남겼습니다.
드니프로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른 시각 관내에 세 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밝히고 "유치원 1곳과 아파트 1개 동, 2층 짜리 신발공장이 공격받아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아울러, 그 동안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서부지역 루츠크를 공격했습니다. 이 곳은 폴란드 국경에서 약 110km 지점입니다.
루츠크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했습니다. 공습은 군용 비행장과 전투기 수리 공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남서부 도시 이바노-프란키우스크에서도 공습으로 주민들이 대피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 확인
러시아 국방부도 이들 지역 공습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에 고정밀·장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히고 "이바노-프란키우스크와 루츠크의 군용 비행장 2곳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남부지역 거점 도시들을 포위한 러시아군은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향한 공세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날(10일) 미 국방부 관계자는 24시간 동안 크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언론에 밝히고 "크이우 시내 중심부에서 약 15km 지점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0만명 '인도주의 통로' 대피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이틀 동안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인도주의 통로'을 이용해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 물품들도 공급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리우폴과 볼로바하는 완전히 포위된 상태"라면서, "우리는 인도주의 통로가 작동하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이성적인 국가의 대통령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라며, "어떤 화학무기나 대량살상무기도 이 땅에서 개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관련 선전전을 계속해 나아간다면, 가장 혹독한 제재로 돌려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주장을 제기한 러시아의 요구로 1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소집합니다.
-중국 중재 의사 거듭 밝혀
중국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 협상을 중재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1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회의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건설적인 노력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인도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뜻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리 총리는 "모든 국가는 합법적인 안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등을 '안보 문제'로 거론한 러시아의 입장을 두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리 총리는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도 반대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리 총리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 충격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관련 제재는 세계 경제 회복에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이는 각국 모두에 불이익"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하고있는 모든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중국은 "유럽과 소통하고, 당사국 요구에 근거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푸틴 외교적 관여 조짐 없어"
이런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 비난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11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과 회동 후 공동 회견에서 "우리가 알고 목격한 모든 것으로 미뤄볼 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소할) 진지한 외교적 관여에 나설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나토 회원국들에 관한 집단방위 공약 준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토 헌장 5조를 거론하면서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행동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루마니아에 미군을 증파할 계획에 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1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 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들에 대한 조사에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