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과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은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홍콩이 일부 코로나 방역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적 행동을 다시 경고했군요?
기자) 네.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거나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미국 재계 지도자들 모임에 참석해,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그런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기자) 러시아는 당초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함락하고, 친러시아 지도부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국방정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가 국제 사회의 단합된 제재를 예측하지 못했을 거라는 평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가 직면하게 될 단결의 정도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더 큰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 시설을 운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그런 주장은 러시아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가짜 깃발(false flags)’의 작전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가짜 깃발 작전은 공격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미는 군사적 수법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미국이 유럽에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그들은 또 우크라이나도 생화학 무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면서 이는 러시아가 이 두 가지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제기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모색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면서, 민간 기업들은 즉시 사이버 안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긴장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외무부가 21일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이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요. 다음 날(17일)에는 ‘완전폭력배’, ‘살인독재자’라고 칭했는데요.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설리번 대사에게 양국 관계가 파탄 기로에 있다는 내용의 외교문서를 전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일본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외무부가 21일,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하고 비우호적인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평화조약 협상을 계속할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평화조약 협상이라면, 일본과 러시아 간의 영유권 분쟁에 관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적국으로 맞서 싸운 두 나라는 일본에서는 북방영토, 러시아에서는 쿠릴열도라고 불리는 4개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는데요.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협상 중단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일본의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쪽 상황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휴전 노력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 등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나토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는 서방과 안전 보장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나토의 추가 확장을 원하지 않는 러시아 등 모두를 위한 타협”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휴전에 관한 모든 결정은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22일 일찍, 수도 크이우 외곽을 다시 장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정부군이 크이우 서쪽 소도시, 마카리우를 탈환했다고 밝혔는데요. 수도 크이우 북서쪽에서 격렬한 폭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크이우 전역에는 지난 21일 저녁 8시부터 23일 오전 7시까지 35시간 완전 통행금지가 내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의 항복 요구를 거부한 남부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함락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2일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도시를 방어하고 있으며, 러시아 경비정과 전자전 복합단지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게 자행한 탄압 행위에 대해 ‘집단학살(genocide)’이라고 공식 규정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1일, 워싱턴 D.C.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박물관에서 열린 로힝야족 관련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로힝야족은 어떤 사람들인지 먼저 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로힝야족은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으며 살아가던 소수민족입니다. 로힝야족들은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미얀마 서부 라카인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던 아랍 상인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얀마 정부와 주류인 버마 민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국에 불법 입국한 방글라데시인들로 간주하며 내내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로힝야족이 특히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7년, 이들이 집단 거주하는 라카인주에서 일부 분리주의자가 경찰 초소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에 미얀마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살인, 강간, 폭행, 방화 등의 인권 유린 행위가 자행되고, 수많은 사람이 인근 방글라데시 등으로 피난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으로 로힝야족 난민 사태가 큰 현안이 되어왔죠?
기자) 맞습니다. 미얀마군의 탄압으로 7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졌는데요. 블링컨 장관은 연설에서, 당시 미얀마 군의 공격으로 74만 명 이상 방글라데시로 탈출했고, 9천 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당시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사실상 미얀마를 이끌고 있을 때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 때문에 아웅산 수치 당시 국가 고문도 이를 방조, 묵인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또, 오랜 군사 독재와 싸운 공로로 받았던 노벨평화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지난해 2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현재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당시 로힝야족 토벌 작전을 지휘한 인물 가운데 1명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인정한 것,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미국 정부가 집단학살로 인정함에 따라 가해자들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의 조처가 따를 수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끔찍한 행동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계속되는 만행을 저지하고, 미얀마를 민주주의의 길로 다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집단학살에 관해 남다른 이해가 있다고 하죠?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의 계부가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집단 대학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입니다. 그래서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집단학살’의 비윤리적 만행에 관해 자주 들어 알고 있다고 종종 말해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홍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9개국 출발 항공편의 입국 금지 조처를 해제하고요.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대면 수업을 재개하는 등 코로나 방역 규제를 완화한다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21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그간 입국 금지 대상이 어느 나라였나요?
기자) 네.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그리고 미국이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은 오는 4월 1일부터 홍콩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진행자) 특별히 이들 9개 나라를 금지한 이유가 있었죠?
기자) 네. 코로나바이러스가 많이 확산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람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입국 금지가 이제 더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이 조처를 유지하면 해당 나라에 머무는 홍콩인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홍콩에 들어가면 해야 하는 격리 기간은 얼마나 줄어드는 겁니까?
기자) 네.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기존 14일에서 일주일로 줄었습니다. 람 장관은 당초 4월 20일까지 14일 격리 조처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학교 대면 수업도 재개한다는 거죠?
기자) 네. 4월 19일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합니다. 또 운동시설 같은 공공시설도 4월 21일부터 재개방한다고 람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홍콩이 나름 강력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를 완화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2년 이상 강력한 방역 조처를 적용함으로써 내부에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홍콩은 세계적인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중심지인데요.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경제적으로 손해가 많았습니다. 이번 조처는 이런 불만을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홍콩 보건 당국은 740만 명 주민 상당수가 증가하는 정신건강 문제, 특히 저소득층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홍콩 내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가 않죠?
기자) 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었습니다. 홍콩 보건 당국은 20일 하루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1만4천여 명, 그리고 사망자가 223명이 발생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홍콩에서는 최근 몇 주 새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 사망자 수 비율이 세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희생자들은 주로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노령층이었습니다. 참고로 코로나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홍콩에서는 100만 명 이상이 코로나에 확진됐고, 이 가운데 약 6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원래 홍콩은 이번 달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검사를 하기로 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전수검사를 연기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습니다. 람 장관은 지난달 22일 “3월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람 장관은 검사는 세 번에 걸쳐 시행된다면서 홍콩이 하루에 검사할 수 있는 횟수는 100만 회 정도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전수검사 계획을 연기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전 주민 대상 코로나 검사보다는 치솟고 있는 코로나 사망률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람 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확산뿐만 아니라 사망자와 중증 환자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