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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하며 실제 유류 누락 정황…윤활유와 아스팔트 재료뿐


지난해 3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지난해 3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온 대북 정제유에는 연료로 쓰이는 실제 유류 제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윤활유와 아스팔트 재료 등 비 연료 제품만 합산해 보고한 정황이 있는데요. 공식 자료만 놓고 보면 중국이 북한에 원유나 휘발유를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여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올해 1월과 2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중국 정부의 정제유 공급량은 1월과 2월 각각 1천299.16t과 755.65t으로 총 2천54.81t입니다.

통상 유엔 안보리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혹은 항공유 등 구체적인 정제유 품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중국 등이 보고한 총량을 t과 또 이를 배럴로 환산한 수치로 기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VOA가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의 종류를 중국 해관총서 자료와 비교, 확인한 결과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으로 연료로 사용되는 유류 제품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의 올해 1~2월 북중 무역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윤활유 270.837t과 윤활유용 기유 74.22t, 윤활 그리스 10.15t, 석유역청 1천699.6t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이들 제품은 모두 '국제상품분류체계' 즉 ‘HS코드’가 ‘27’로 시작하는 유류 관련 제품으로, 이를 모두 더한 양은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한 것과 동일한 2천54.81t입니다.

중국 정부는 전달인 지난해 12월에도 대북제재위원회에 144.78t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도 이 기간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윤활유와 파라핀왁스, 석유역청을 더한 양과 같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도 북한에 수출된 윤활유와 석유역청의 총량은 유엔 안보리에 보고된 ‘정제유’ 공급량 1천47t과 동일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가 그동안 보고해 온 정제유는 모두 윤활유와 윤활유 관련 제품, 그리고 아스팔트의 주원료인 석유역청이었을 뿐 실제 유류로 사용되는 휘발유 등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정제유의 종류를 휘발유와 등유, 경유, 잔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실제로 윤활유와 석유역청 등 비유류 제품만을 북한에 수출했고 이를 그대로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은 공식적으로 휘발유 등 일반적인 정제유 제품을 일절 공급하지 않는 나라가 된다는 의미여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중국은 정제유와 별도로 단둥과 신의주 사이에 연결된 송유관을 통해서도 북한에 연간 50만t에 이르는 원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도 자체 해관총서에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식 자료만을 놓고 본다면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원유와 휘발유 등 실제 연료로 볼 수 있는 유류 제품을 북한에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해 왔지만 북한이 공해상에서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얻는 유류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로 북한 남포 등 유류 항구에는 최근까지 유조선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까지 줄곧 대북 유류 제공량을 매월 ‘0’으로 기재하고 있고 이번에 중국이 보고한 대북 유류 제품에도 사실상 정제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북한에 유입되는 정제유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 대 교수는 2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실제 정제유 반입량을 누락시키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 유엔에 의해 허용된 양마저도 공식적으로 수출하지 않는지, 또 이를 자체 무역자료에 기재하지 않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it still doesn't explain why the Chinese at least officially export as much as the cap allows, and they haven't according to their data they haven't. You normally think of as refined products like kerosene, diesel, gasoline. Those are the big three that North Korea would presumably consume and need a lot of. And obviously they do use a lot of all three items, but they're not reported as Chinese exports. So, it's very curious what's going on there.”

브라운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제유는 등유와 경우, 휘발유를 의미한다면서 “이는 북한이 많이 소비하고 필요로 하는 3대 유류 제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품목은 중국의 수출 자료에 기입되지 않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매우 궁금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중국의 보고분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려온 관행 또한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대북제재위원회는 t으로 보고된 이들 제품의 총량을 ‘배럴’로 환산하는데, 여기에는 고체 형태의 ‘석유역청’도 포함된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또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유류 반입량을 보고할 때 구체적인 유류 제품명을 함께 기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t으로 된 총량만을 전달하는지도 확인돼야 할 부분입니다.

VOA는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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