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이라며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혀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대형 도발이 이어질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2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발사한 ‘화성-17형’이 최대 정점고도 6천248㎞까지 상승하며 거리 1천90㎞를 67분간 비행해 북한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무기체계의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됐고 전시 환경 조건에서의 신속한 운용 믿음성을 과학기술적으로, 실천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6일 발사에 실패한 지 불과 8일만에 재발사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비행장을 찾아 이번 시험발사의 전 과정을 세세히 지도하고 친필 명령서까지 하달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 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 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ICBM의 최대 사거리는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쐈던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로 추산된 1만3천㎞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 고각으로 발사된 ICBM을 정상 각도인 30∼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1만5천㎞를 훨씬 넘어갈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남미 일부 지역 등 주요 대륙이 모두 사정권 안에 든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탄두부 형태가 뭉툭했던 ‘화성-15형’과 달리 ‘화성-17형’은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탑재 형상으로 개발됐습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됐다면 목표 상공에서 탄두를 분리시켜 두 세 지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서 비록 고각발사라도 재진입체가 대기권을 뚫고 해상에 낙하한 게 포착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탄두 중량을 높여서 북한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다탄두 ICBM을 미 본토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사거리보다는 출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엔진 4개를 클러스팅한 것이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강조하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미-북 관계가 대결 또는 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이제는 ‘대결’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미 제국주의라며 장기전 대비를 강조하면서 핵 무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행보는 단순히 국면전환을 겨냥한 대미 압박 차원을 넘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한편으론 국방력을 강화하고 또 한편으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까지 계속해서 자신들이 세워놓은 로드맵을 이행하겠다고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이건 ‘화성-17형’ 발사로 그냥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하고 끝날 과거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미 예고한 군 정찰위성 발사나 신형 ICBM의 정상각도 발사, 핵실험 등 추가적인 대형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입니다.
[녹취:양욱 부연구위원] “북한이 지금 개발하고 있는 소위 차세대 탄도미사일들은 그 탑재를 위해선 반드시 소형화 경량화되고 충분한 파괴력을 가진 탄두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북한의 다음 행보는 7차 핵실험일 수밖에 없다고 말씀 드리는 것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현재 목표는 미국과의 협상이 아니라 완벽한 핵 능력 보유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따라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크게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한 연합훈련 실시가 유력하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이 있는 다음달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긴장을 높이는 도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박원곤 교수] “4월 달 연합훈련을 한-미는 예전처럼 전략자산 전개와 실시간 기동훈련을 포함한 훈련을 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4월 15일까지 새로운 어떤 무기체계를, 대륙간탄도미사일, 장거리 미사일을 쏠지는 좀 불확실한 면이 있지만 그 때를 즈음해서 열병식을 할 가능성은 아주 높고요.”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군 정찰위성으로 포장한 ICBM 발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형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을 깬 것은 의외라며 긴박한 정세 흐름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미국의 최근 잇단 대북 제재와 미-한 연합훈련 정상화 움직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그리고 오는 5월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미-한 공조 강화 조짐 등이 북한에게 선제 도발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는 게 홍 실장의 분석입니다.
[녹취:박원곤 교수] “선제적으로 자신의 위력을 최대한 과시해 놓는 것이 한-미가 북 핵 공조를 하는 데 있어서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북 핵 공조 내용 중에는 좀 더 북한에 대한 일종의 대화나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영향을 미치는 측면들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이 24일 기존 ICBM인 ‘화성-15형’을 쐈지만 정작 발표는 앞서 ‘화성-17형’을 발사했을 때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바꿔서 했을 가능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북한이 24일 오후 2시 24분께 흐린 날씨 속에서 ICBM을 발사했는데 사진에 찍힌 기상 상황과 다르다는 의혹에 따른 겁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그리고 16일 3차례에 걸쳐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미-한 군 당국은 파악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는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 차원이라고 주장했고 16일 발사 땐 상승 초기 단계에서 공중폭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