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을 재개한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들은 소형 핵탄두 개발을 위한 실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했습니다. 또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견해도 여전합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9일 VOA와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소형 저위력 핵탄두’ 개발 목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특별연구원] “The latest test was something else, you know it was this big bang in 2017. But the first five tests are the ones which probably had to do with the fission weapon. And they are the ones he wants to militarize.”
북한은 지난 2017년 6차 핵실험에서는 고위력 수소폭탄 시험을 했지만, 그 이전 다섯 차례의 실험은 ‘핵분열 무기’와 관련된 시험인 것으로 보이며, 추가 실험을 한다면 그 무기들을 소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지난 실험 이후 몇 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소형 핵탄두 설계와 이와 관련된 소규모 ‘비핵 실험’을 진행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2017년 처음 시험발사한 ICBM 화성-15형을 활용하고 실전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선 ‘소형 장치(핵 기폭장치)’가 필수적이며, 이런 소형 장치를 통해 ‘다탄두(MIRV)’ 미사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소형 장치는 설계상 많은 제약이 따르는 만큼 실제 핵탄두 생산 이전에 실험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 실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이노넨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앞서 하이노넨 연구원은 지난 1월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8년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유지관리’ 흔적이 포착된다면서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에서 새로운 통로를 굴착하는 움직임에 이어 최근에는 갱도의 옆 방향에서 새 통로를 굴착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특히 미한 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3, 4번 갱도는 95% 이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일정한 복구 작업을 거치면 언제라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이노넨 연구원은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I'm sure those sensors are still there or the places with where they are kept on the ground. I don't think that they remove them. So much of the infrastructure is still there. And the only thing what they need to do is to make the tunnel available and they placed the devices there.
북한의 갱도 폭파 시연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강도 등을 감지하는 탐지기 등 실험장 제반 시설의 상당수가 그대로 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추가 실험에 필요한 작업은 가능한 갱도를 만들고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난 6차 실험으로 인해 안정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있지만 “북한의 안전 기준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으며 소형 탄두의 위력이 10~20kt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풍계리에서 추가 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비확산 정책 담당 국장을 지낸 샤런 스콰소니 (Sharon Squassoni) 조지워싱턴대 연구교수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다만 위성사진 관측만으로는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일어나는 활동 목적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ICBM 시험 이후 반드시 핵실험이 동반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샤런 스콰소니 교수] “In fact, satellite imagery has detected activity at the site but so far it's hard to know the purpose of the activity. The recent ICBM test is not necessarily a harbinger of a nuclear test – typically these are done separately from each other.”
스콰소니 교수는 북한은 2017년 실험에서 핵 장치가 작동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따라서 추가 실험 여부는 핵 장치의 실제 폭발을 통해 달성하려는 기술적인 이정표가 있는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 기술적 이유에는 기존 탄두 설계를 미세 조정하거나 핵분열이나 열핵 등의 새로운 설계를 시험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며, 중국의 경우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여러 미사일 탄두 설계와 플루토늄 장치 시험 등 다양한 목적으로 40여 차례가 넘는 핵실험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추구하는 핵 역량에 따라 실험의 성격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샤런 스콰소니 교수] “The question is whether North Korea has nuclear warfighting in mind or whether its arsenal will be designed to inflict punishment after a first strike, and perhaps be targeted against cities rather than military forces.”
북한이 핵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북한의 무기가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용으로 설계될 것인지, 병력이 아니라 도시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스콰소니 교수는 후자의 경우 작동 가능한 핵무기 설계가 필요한데 북한은 이미 이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핵실험장을 준비하는 것이 기술적 능력을 추구하기보다는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핵무기는 결국 강요의 수단”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지난 6차 핵실험 때와 같은 수소폭탄 개발을 위한 고위력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그동안 6차례의 핵실험에 걸쳐 대부분 폭발력을 높여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면서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이와 연관된 추가 실험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North Koreans have said that they're working on thermonuclear weapons, thermonuclear devices. And it could very well be that they want to conduct some additional testing related to thermonuclear development…”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폭발 위력이 100~200 kt(킬로톤) 정도의 고위력 실험을 한다면 수소폭탄 혹은 수소폭탄 관련 장치 실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저위력 실험을 한다면 전술용 핵 장치 개발과 연관된 시험일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북한 도발과 미국과 한국의 대응, 그리고 북한의 추가 도발 사이클’로 들어가고 있다며 북한이 추가 ICBM이나 핵실험에 나서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ICBM 시험 재개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회의적 전망이 나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비난 성명과 추가 결의, 강력한 제재 이행 등이 ‘자동적인 대응’이라면서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최근 ICBM에 대한 대응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the sort of the automatic response would be go to the UN Security Council for either condemnatory statement or resolution or stronger enforcement of sanctions but what we've seen with the recent Hwasung-17 component testing earlier this year…”
클링너 연구원은 미중, 미러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의 대북 조치에서 “더욱더 방해꾼이 될 것”이라며, 북한도 핵실험 등 주요 도발에 앞서 이런 상황을 셈법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핵실험 재개 이후에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여전히 중국의 입장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이것이 미한일의 역내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의 계기를 제공하는 역풍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이 추가 제재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설득할 수 있을지 판단할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자신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중국 측에 자신들의 실험을 정당화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