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 연방 가입을 추진합니다.
레오니드 파세치크 LPR 수반은 27일, "조만간 유권자들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LPR이 러시아 연방에 가입하려면 투표를 통해 거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러시아 측과 가입 조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조약을 양측 의회가 비준하면 연방 합류가 마무리됩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를 병합할 때도 주민투표를 통한 '자발적 요구'라는 명분으로 연방 합류 절차를 신속 진행한 바 있습니다.
■ "북한과 남한 만들려는 시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27일) 발표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크를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장악하지 못하자, '한국 시나리오'를 적용하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지배 구역을 만들어 둘로 분단시키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북한과 남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가 점령한 곳에서 게릴라전을 벌여" 맞설 것이라고 부다노우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일시적으로 점령된 지역의 모든 가짜 주민투표는 무효이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측이 이번 조치를 강행하면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해 국제적 고립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전면 침공 명분
루한시크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속한 곳으로, 친 러시아 반군이 내전을 벌여왔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1일 루한시크 지역의 LPR과 함께, 인접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 해당 공화국들의 주민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에서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습니다.
국제사회는 LPR과 DPR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두 공화국 독립 승인 안건을 의결한 러시아 하원 '두마'와 의원 328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진행하는 정전 협상에서, 2014년 강행한 크름반도 병합과 LPR·DPR의 독립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중립화' 요구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지만, 영토 문제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전황과 관련, 지난 25일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잠재력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주장한 뒤, "당분간 돈바스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 정전 협상 5차 회담 진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정전협상 5차 회담을 이번주 터키에서 진행합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다브드 아라하미야(데이비드 브론) 의회 다수당 대표(집권 '국민의 종' 소속)는 "28일부터 30일까지 터키에서 대면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27일) 우크라이나 측과 화상회의가 열렸다"고 밝히고 "그 결과로 29일부터 30일까지 오프라인 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협상 개시일이 양측 발표에 하루 차이가 있지만, 5차 회담 개최 계획은 확인된 것입니다.
이날 터키 대통령궁은 29일로 회담 개최 일정이 확정됐다고 발표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같은 달 28일과 이달 3일, 7일에 벨라루스에서 고위급 대표단 간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 등에 합의했으나, 정전 요건 핵심 사안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10일에는 터키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지난 14일부터 화상으로 대표단 간 4차 회담을 진행해왔습니다.
■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대응을 위해 무기 지원 확대를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단지 나토군이 보유한 항공기 1%와 탱크 1%가 필요하다"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이미 31일째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와 싸우는데 유럽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마리우폴 주민들이 보여준 용기의 일부만큼이라도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로,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채 민간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곳입니다.
■ 미국, 민간 안보 1억 달러 추가 지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민간 안보 자금 1억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고 이날(26일)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러시아의 계획적이고 부당한 침공에 맞선 필수 국경 안보 제공, 민법 집행 기능 유지, 정부 인프라 보호를 위한 우크라이나 내무행정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자금은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와 경찰 개인보호 장구, 야전·전술 장비, 의료용품, 장갑차와 통신 장비의 정상적 운용을 지속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블링컨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 정권 교체 전략 없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날(27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동을 방문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우리(미국)는 러시아 또는 어느 곳에서 관해서도 정권 교체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학살자"로 부르며, "권좌에 남아있을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주요 매체들은 '퇴진 요구'로 풀이했고, 러시아 크렘린궁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직후 백악관 당국자는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언급한 게 아니라며, "발언의 요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웃나라나 그 지역에 권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내용이 분명하게 해명됐다면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확실하다고 27일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