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대아산 소유 시설인 해금강호텔을 쉬지 않고 해체하는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특정 조치로 단정하기 이르다는 한국 통일부의 설명과 달리 낮은 층수까지 파괴됐는데, 해금강 호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금강산 고성항 일대는 현재 한국 기업 재산인 해금강호텔의 해체 작업으로 연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이곳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지난 5일자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해금강 호텔은 이미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철거가 상당 부분 진행된 듯 움푹 들어간 모습이며, 앞쪽 부두에는 건물 자재로 보이는 검정색 물체들이 쌓여 있습니다.
또 건물에서 내륙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지대는 과거 아무 것도 없는 초원이었지만, 5일 현재 해금강호텔과 비슷한 크기의 건축 폐기물 더미가 자리한 상태입니다.
VOA는 지난달 6일 해금강호텔의 해체 정황이 처음 포착된 이후 지속적으로 위성사진을 통해 관련 동향을 주시해 왔습니다.
그동안 건물이 층별로 해체되는 듯 건물의 각기 다른 색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대형 중장비가 등장했다 사라지기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건물 앞쪽에 자리한 대형 크레인이 연결부위를 건물 옥상 쪽으로 쭉 뻗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인 2일 크레인은 사라졌고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건물 자재가 쌓여 있었습니다.
또 3일에는 이들 자재가 다 사라진 듯 건물 앞 지대가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지만 4일과 5일 다시 자재가 쌓인 점으로 미뤄볼 때 이곳에서 해체 작업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정례브리핑에서 VOA의 해금강호텔 해체 보도와 관련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 북한의 관련한 동향을 특정한 조치로 단정해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의 ‘유보적 입장’과 달리 당시 해금강호텔은 이미 건물 외벽이 사라지고 옥상이 파괴되는 등 철거 정황이 뚜렷했고, 5일 현재는 고층에 대한 해체 작업이 마무리된 모습으로 마치 건물 내부를 ‘도려낸 듯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호텔이 철거되고 있다”면서 “대형 크레인이 지붕과 내부 자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hotel is being demolished. There's a big crane there that's taking pieces of the roof and insides out. I think they're still working on it but they maybe got it down far enough so they don't need that crane anymore.”
이어 “(해체) 작업은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충분히 낮은 층수까지 작업을 하면서 더 이상 크레인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항구에 위치한 수상 건물인 해금강호텔은 한국 현대아산 소유의 건물로 과거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0년 넘게 방치돼 왔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이 “한국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담화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