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지속적인 무기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재정과 군사 원조를 계속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등에도 장기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시점"이라며, "장갑차 120대와 대함 미사일을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전날(8일) '스타스트릭' 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 등 1억 파운드(미화 약 1억3천만 달러) 규모 고성능 무기·군사장비 공급 계획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 관해,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의 연대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장기적인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의 결실이 크다고 평가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들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방 민주국가들이 영국의 모범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영국, 복구 주도할 준비"
젤렌스키 대통령은 "존슨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지 여부를 단 1분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이날(9일)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의 국방을 지원하고 (대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영국의 리더십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제나 그랬듯이 (존슨 총리는) 오늘도 내 질문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답변했다"면서, "우리는 영국이 전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줄 방법들을 수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은 크이우 지역의 복구를 주도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주요7개국(G7) 정상이 현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15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폴란드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함께 크이우에 간 바 있습니다.
이어서, 최근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EU) 지도부 인사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를 찾았습니다.
■ EU "우크라이나 가입 절차 최대한 속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과 관련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8일 밝혔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수도 크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을 명확하게 수신했다"며 "오늘은 처음으로 긍정적 답변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가입 절차에 쓰는 질문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EU 가입 신청국은 자국의 사회 제도나 경제 구조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는지 등에 관해 평가한 내용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질의 답변을 신속하게 준비하겠다"며 "1주일이면 될 것"이라고 온라인 동영상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어서 "EU 가입 승인에 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마침내 우리의 오랜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약 1주일 뒤인 지난달 초 EU 가입 의사를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EU 가입은 절차는 수년까지 소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EU 회원국들이 반러시아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가 빨라질 가능성을 외교가에서 점치고 있습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크이우 인근 도시 부차 시내를 돌아봤습니다.
부차는 최근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거리에 방치된 민간인 시신과 대규모 매장지가 잇따라 나오면서 '집단 학살' 현장으로 지목된 곳입니다.
■ EU, 크이우 대표부 다시 열기로
또한 EU 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폴란드로 대피했던 크이우 주재 대표부를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이날(8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의 크이우 방문에 동행한 마티 마시카스 우크라이나 주재 EU 대표부 대표는 복귀 개설 작업을 위해 현지에 남기로 했습니다.
마시카스 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과 정부 기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봤다"며 "현지에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더 나은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도 크이우로 대사관을 복귀시킬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습니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크이우를 마지막으로 떠났으며 가장 먼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마이오 장관은 "이와 동시에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휴전에 도달하기 위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바이든 "러시아군 철도역 공격 진상조사 지원"
8일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철도역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러시아를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건이 "러시아가 저지른 또 하나의 끔찍한 잔혹행위"이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민간인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우크라이나가 나라를 지키도록 안보 지원과 무기 수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이번 공격을 조사하는 노력을 지원하고 러시아의 행위를 기록해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민간인을 겨냥하는 것은 분명히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이어서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잘리나 포터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해 "경악스럽다"고 평가한 뒤, "러시아가 일으킨 부당한 전쟁의 또 다른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국 자격 정지를 당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 세계 주요 지도자 러시아 규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기차역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피난을 떠나려던 가족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가 정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서 "크라마토르스크, 부차, 마리우폴, 그리고 하르키우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조사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유럽 차원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8일) 런던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1억 파운드(미화 약 1억3천만 달러) 규모 고급 군사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지원하는 무기에 '스타스트릭' 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 800기 등이 포함된다고 존슨 총리는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는 또한 "러시아가 철도역 공격 이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이번 철도역 공격을 "국제 인도주의 법규와 국제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가해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