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지난달 말부터 예고해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공세를 시작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러시아군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돈바스 전투를 시작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러시아군 전력 가운데 큰 부분이 이번 전투에 투입됐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사려깊어졌다면서, 우크라이나 방위의 약한 고리를 찾아내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얼마나 많은 러시아군들이 그 곳에 몰아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킬 것이이고, 매일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돈바스 지역에서 전쟁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기는 "도네츠크, 루한시크, 하르키우 일대의 거의 모든 전선에서 러시아 점령군이 우리 방어선을 돌파하려고 시도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 1단계 종료를 선언한 뒤, 돈바스 일대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며 동부 지역에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 루한시크 시가전...우크라이나 일부 통제권 상실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 지역 내 루한시크 주의 크레미나 시에 진입해 통제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는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크레미나시에 진입해 시가전이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올린 후속 정보에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러시아군이 진압함에 따라 (시 당국은) 크레미나 시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고 적었습니다.
하이다이 주지사에 따르면 지역 스포츠 시설을 포함한 시내 주요 건물들에 화재가 발생해 진화 작업 중입니다.
시내에 진입한 러시아군은 대피를 시도하는 민간인 차량에도 총격을 가했다고 하이다이 주지사는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시내에서 "4명이 숨졌고 중상자 1명이 현장에 방치돼 있다"며 "계속되는 포격으로 의료진이 접근할 수 없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밖에 루한시크 주의 졸로테 시와 루비즈네 시에서도 포격으로 2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고 하이다이 주지사는 덧붙였습니다.
■ 서부 르비우에선 미사일 공격
이날(18일)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에는 미사일 공격이 단행됐습니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소 5발의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시내 상점과 철도시설 등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지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특히 철도시설에서는 6명이 사망하고 최소 11명이 부상 당했다고 크이우포스트가 전했습니다.
■ 남동부 마리우폴, 러시아군 완전장악 임박
남동부 전략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 측이 "함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방어군이 계속 버티고 있다"면서 반박하는 중입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략 요충지로서,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줄곧 포위해왔습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육상으로 연결하는 경로를 확보하게 됩니다.
■ 푸틴, 집단학살 의혹 부대 '근위 여단' 승격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집단학살을 벌인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부대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근위'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러시아군 제64기계화보병여단에 '근위(Guard) 부대'라는 영예 칭호를 부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과정에서 여단 구성원들이 용기와 강인함, 용감함을 보여줬다"고 근거 문건에 명시하고, 해당 부대 명칭을 '제64근위기계화보병여단'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제64기계화보병여단은 지난달 말까지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를 점령했던 부대입니다.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대규모 민간인 시신과 집단 매장지 등이 발견되면서, 서방국가들이 '집단 학살'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상 행위를 '집단학살'로 언급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여러 차례 지칭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또한 이날(18일) 경제관련 부처·기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측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튼튼하다며, 오히려 제재의 부작용으로 서방 국가들의 인플레이션과 실업, 미국 경제의 역동성 약화, 유럽의 생활 수준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소비자 물가가 개전 이후 9.4% 올랐고, 연간 17.5%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풍부한 경상 흑자를 용해 가계를 지원하라고 내각에 지시했습니다.
■ '바이든 우크라이나 방문' 촉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CNN 주간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오브더유니언(State of the Union)'을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들을 직접 봐야한다며 방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오는 것을 원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이어서 관련 계획이 진행 중인 것이 있냐는 물음에는 "그(바이든 대통령)가 (방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제 방문 여부는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일이고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그는 미국의 지도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와서 봐야만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 미국 고위급 인사 현지 방문 검토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최고위급 인사 파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고위급 인사를 보낼 건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그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미국 주요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갈 가능성부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특사로 파견하는 방안까지 거론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일부 소속국가 정상, 그리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이 잇따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 직후 "영국이 전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줄 방법들을 수립했다"고 밝히고, "영국은 수도 크이우 지역의 복구를 주도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