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 110주년에 열병식을 개최하지 않은 북한이 열병식 훈련을 계속하는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에 모인 군중이 대형 문구를 만들고 훈련장에 집결한 병력은 행진 연습이 한창인데, 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을 위한 예행연습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열병식 연습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인파가 연일 포착되고 있습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18일 자 위성사진에는 주민들이 김일성 광장 서쪽 지대에서 광장의 남쪽과 북쪽을 긴 줄 모양으로 연결한 장면이 촬영됐습니다.
이들이 만든 줄은 총 2개로 길이는 각각 약 160m, 폭은 약 12m에 달합니다.
또 2개의 줄 중 서쪽에 위치한 무리 바로 옆에는 전날인 17일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구조물도 보입니다.
17일 자 사진에는 주민들이 연출한 카드섹션 문구도 나타났습니다. 완전한 글씨가 만들어지지 않아 해독이 어렵지만 붉은 꽃 혹은 수술을 든 주민들이 글자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파악됩니다.
앞서 VOA는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7일 수만 명의 주민이 붉은 바탕 위에 ‘일심단결’이라는 노란색 대형 문구를 만들고 동쪽 지대에 조선노동당 로고를 형상화한 모습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다음날인 8일 ‘김일성’을 문구로 만들기도 했는데, 이를 토대로 북한이 당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위한 열병식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15일 김일성 광장에서 경축 행사를 진행했을 뿐 예상과 달리 군을 동원한 열병식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열병식 취소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15일 이후에도 주민들을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열병식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 열병식 준비 움직임과 관련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에 열병식이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면서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90주년을 맞는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은 오는 25일입니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평양 미림비행장 인근 훈련장에서도 병력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플래닛 랩스’가 현장을 촬영한 17일과 18일 자 위성사진에는 여전히 차량 혹은 대규모 병력 대열로 보이는 점 형태의 사각형 여러 개가 훈련장 곳곳에서 포착됐으며 훈련장 북서쪽에 마련된 주차 공간에도 차량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특히 열병식 개최가 예상됐던 15일에도 계속 비슷한 규모의 병력이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25일 군 창건일 기념 열병식 동원 여부가 주목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