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열병식 준비가 한창인 듯한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도 본격적인 예행연습에 돌입하기 직전 위성 사진에 찍혔던 군중의 대열과 매우 흡사한데, 다음 달 중순 열병식 개최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인파로 추정되는 어두운 색상의 대형 점이 나타났습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1일 자 자료에서 발견된 이 점은 가로 약 75m, 세로 38m로 김일성 광장 연단 부분에 몰려 있습니다.
화질이 낮아 실체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점의 환산 면적이 약 2천850m²나 되고, 인파가 몰릴 때 위성사진에 찍히는 점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운집한 군중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해 온 김일성 광장은 연단과 가까운 서쪽 지대와 대동강과 맞닿은 동쪽 지대로 나뉩니다.
이번에 발견된 점은 서쪽 지대의 7분의 1가량을 채우고 있는데, 인파가 맞는다면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수천 명으로 추정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에도 열병식을 약 한 달 앞둔 시점부터 늘 주민들을 동원해 김일성 광장에서 훈련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빨간색 수술과 꽃 등으로 붉은 물결을 연출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위성사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또 이런 본격적인 예행연습에 앞서선 이번처럼 일부 인원이 한쪽에 모여 있거나 띠 형태로 줄을 맞추는 초기 소집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따라서 아직 붉은 물결 등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잘 짜인 안무 단계로 곧 넘어가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앞서 평양 미림비행장 인근에 마련된 열병식 훈련장에선 올해 초 소규모 병력이 포착된 뒤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병력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들어선 주차 공간으로 활용돼 온 열병식 훈련장 북서쪽 지대에서 많은 차량이 발견됐으며 병력이 도열해 생긴 정사각형의 숫자도 늘어나는 모습이 위성에 꾸준히 포착돼 왔습니다.
특히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열병식 훈련용 도로에서 차량이 줄지어 이동하는 듯한 모습이 뚜렷해 열병식 개최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추정에 힘이 실립니다.
한국 정부도 조만간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기자들에게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 등 주요 일정을 계기로 열병식 등 행사를 해온 과거 사례가 있다”며 김일성 생일 110주년인 다음 달 15일 개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일 생일 80주년과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 준비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다만 김정일 생일인 지난달 16일 열병식이 열리지 않으면서 북한이 다음 달 15일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어떤 무기를 공개할지, 특히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일지 여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공개했으며 지난해 1월 14일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정권 수립 기념일인 지난해 9월 9일 열병식은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