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접견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새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 등 국내 정치적 문제와 중국 변수를 극복하는 게 사상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 한일 관계 개선의 관건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이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접견하고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했습니다.
대표단은 면담 후 취재진에게 새로운 출발선에 선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서, 서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대표단에 룰에 근거한 국제 질서가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 지금이 한일 관계를 증진하고 주요 사안들을 해결할 적기라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이 북한과 중국 등 역내 안보 우려, 평화와 안정 달성을 위한 협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수석부차관보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는 한국의 새 정부가 전달한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선의와 열린 마음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한일 협력 분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지정학적 문제를 꼽고 정보교류와 위협평가, 외교 군사 조정, 미국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대화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니콜라스 제체니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은 한일 두 나라가 북한 정권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보 협력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니콜라스 제체니 / CSIS 일본 담당 선임연구원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역내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협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새 정부와 일본이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는 시진핑 정부 대응에도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브루스 클링너 /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양국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안보 도전 대응에 대해서도 협력해야 합니다. 가령 한국은 그동안 자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미국 등 동맹국의 연합 미사일 방어체계에 통합하는 것을 거부해 왔으며, 이는 역내에서 미한일 3국의 방어 능력 개선을 저하시켜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3자 협력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가운데 현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 등으로 크게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윤석열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너무 빨리 움직인다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이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한국담당 국장은 윤석열 정부의 한중 관계 설정도 한일, 미한일 3국 관계에 모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적대 관계를 피하면서도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