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33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터키 대통령이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들어오는 일부 품목의 통관 도입을 또다시 연기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규모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33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투자는 치러야 하는 작은 대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의회가 얼마 전에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미 의회는 136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는데요. 최근 몇 주간의 군수 지원으로 거의 다 소진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요청한 액수는 그 두 배가 넘는 규모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단적으로 말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돈이 다 떨어졌다”라면서 “지금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을 돕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330억 달러는 어떻게 사용되는 겁니까?
기자) 네. 백악관에 따르면 그 가운데 약 200억 달러는 새 무기 제공과 군수 지원에, 85억 달러는 우크라이나 경제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요. 나머지 자금은 전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식량 생산 지원을 위해 쓰일 거라는 게 백악관 설명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또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당신은 결코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는 데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을 비판하면서 미국과 동맹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갈, 협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침략과 협박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의회가 이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조처를 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하원이 28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무기대여법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가결했습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 무기대여법안’인데요. 찬성 417표 대 반대 10표로 통과됐습니다.
진행자) 상원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은 이미 몇 주 전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앞으로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수물자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무기대여법이 제정된 게 2차 대전 때라고 들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이 법은 1941년 2차대전 당시, 미국이 나치 독일과 맞서고 있는 연합군에 절차상 장애 없이 신속하게 군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수월하게 전쟁 물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몇십 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겁니다.
진행자)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이클 매컬 하원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동맹 국가들이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 전쟁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법으로 앞으로 계속 세대를 거쳐 우크라이나와 견고히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러시아군이 동부 도네츠크의 모든 전선에 로켓과 박격포, 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돈바스 주요 지역인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에서 특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돈바스 지역 전투가 격화하는 양상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돈바스 지역에 대한 2단계 군사 작전을 선언하고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주 공격이 시작된 이래, 일부 도시와 마을이 러시아에 넘어가는 등의 손실이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엄청난 손실을 치르고 얻어야 했다면서 러시아의 손실이 훨씬 더 크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죠?
기자) 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27일과 28일 이틀 일정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했는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구테흐스 총장과 회담 직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이 크이우를 방문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가 미사일을 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크이우 외곽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이 미사일 폭격을 받았으며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사상자도 나왔습니다. 미국 국제방송 ‘자유유럽방송(RFE/RL)’ 기자도 희생됐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과 유엔이 대표하는 모든 것을 모욕하는 행위라면서, 러시아 지도부에 대한 적절하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구테흐스 총장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구테흐스 총장은 연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리우폴의 민간인 대피 통로 개설을 거듭 촉구했고요. 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 전쟁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앞서 크이우 외곽, 부차와 보로디안스카, 이르핀 등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서는 21세기에 전쟁은 악이며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중동으로 가봅니다.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사우디의 실권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습니다.
진행자) 양국 관계가 지금까지는 좀 껄끄러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18년 10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가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경색됐는데요. 사건 후 처음으로 직접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에 해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 피살 사건이 양국 관계에 왜 문제가 된 거죠?
기자) 당시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이 여럿 있었던 게 드러나면서 사건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가 깊숙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사우디 왕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자체 조사와 재판을 통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었습니다. 하지만 터키는 자국의 영토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수사를 중단하지 않았고요. 국제 사회의 공조를 요청하면서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터키가 더 이상 카쇼기 씨 살해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죠?
기자) 맞습니다. 그동안 터키는 사건 용의자 26명에 대해 궐석 재판을 해왔는데요. 터키 법원은 이달 초, 카쇼기 씨 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종료하고 사건을 사우디로 이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터키 검찰은 궐석 재판의 한계를 호소하며 재판부에 사건 이관을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2년 넘게 해온 재판을 중단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터키 법원의 결정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거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터키는 사우디와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동의 부국으로 터키의 주 교역상대국인 사우디는 비공식적으로 터키산 물품 수입을 중단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대사우디 수출은 90%나 추락했습니다.
진행자) 터키의 경제적 상황이 지금 어느 정도죠?
기자)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계속 폭락하고, 물가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일 고공 행진 중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월 연간 물가 상승률은 68%에 달했습니다. 3월의 61%보다 더 오른 겁니다. 터키의 이 같은 경제 위기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 사태 등에 기인하는데요.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더 휘청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를 직접 찾은 거군요.
기자) 네. 에르도안 총리는 제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번 방문은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고, 정치, 군사, 문화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보건과 에너지, 식량안보와 방위, 금융 등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기대한다고 말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는 부인 에미네 여사도 동행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 수입품에 대한 통관 도입을 또 연기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정부가 28일, EU에서 들어오는 일부 수입품에 대한 통관 도입을 내년 말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의 통관 도입 연기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진행자) EU 수입품에 대한 통관 도입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체결한 합의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영국은 지난 2020년 말, EU에서 탈퇴하면서 EU의 단일시장 체제에서도 벗어났고요. 전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EU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대해 통관과 검역 절차를 밟기로 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영국은 통관 도입을 왜 계속 미루는 거죠?
기자) 영국 정부는 이번 4차 연기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아직도 회복 중인 공급망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가운데 수입 통관을 도입하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가 얼마 만에 통관 도입을 연기하는 건가요?
기자) 지난해 9월, 세번 째로 통관 도입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으니까, 약 7개월 만인데요. 당시 영국은 세 번째 연기를 결정하면서 올해 7월 1일부터는 이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영국이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의 후유증과 코로나 사태, 공급망 교란이라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당시 트럭 운전사들이 부족해 유통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의 요인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브렉시트를 꼽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노동 자격이 더 강화되면서 EU 소속 트럭 운전사들이 영국에서 일하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 트럭 운전사 부족과 주유소 기름 부족, 생필품 대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럼 유럽연합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다 연기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일부 수입품에 대한 통관 절차는 이미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신선 식품과 냉장육, 소시지 등의 수입 품목에 대한 통관은 올해 도입하지 않을 거라고 영국 정부는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브렉시트가 이뤄진 게 벌써 2년 전인데 아직도 제대로 체제가 확립되지 못한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후 무려 4년간 EU와 협상을 벌이며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총리가 세 번이나 바뀌고 국론이 분열되는 위기를 겪은 끝에 지난 2020년 12월 31일부로 47년 만에 EU와 완전 결별했는데요. 하지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에 속해 있는 북아일랜드 간의 교역 규칙 등 일부 전환기 협상 의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EU는 영국의 잦은 연기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EU는 영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브렉시트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EU는 특히 브렉시트 합의는 현 보리스 존슨 총리가 동의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영국은 EU가 북아일랜드 문제에 대해 너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만일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합의의 일부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