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의 인준 절차가 완료돼 16개월째 지속된 ‘대사 공석’이 곧 해소되는 것을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특히 신임 미국 대사가 북한의 계속된 무력시위 속에서 미한동맹을 강조한 새 정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하게 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한 미국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6일 VOA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에 대해 “경험 많고 매우 고위급 외교관”이라며 의회 인준 절차가 완료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골드버그 대사가 한국에 부임하면 “워싱턴의 견해를 서울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며 백악관과 국무부에도 영향력 있는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전 부대사] “Ambassador Goldberg is a highly experienced, very senior, diplomat. He will be able to convey Washington's views accurately to Seoul and will provide influential advice to the White House and State Department. Two areas that I imagine will be an early focus for dialog will be trade policy and regional architecture. For the former, the Yoon Administration will seek clarity on the Biden Administration's trade policies towards Korea and regionally.”
토콜라 전 부대사는 골드버그 대사가 임기 초반 집중하게 될 영역으로 ‘무역정책과 역내 구도(architecture)’ 문제를 꼽았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무역정책을 명확하게 파악하길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정책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유연하고 다자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가 “특정 이슈와 관련해 어떤 나라와 어떤 조합으로 협력할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위기, 공급망 복원력 문제, 기후변화 등 미국과 한국이 협력해야 할 긴박한 현안들이 많다”고 토콜라 전 부대사는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상원은 5일 본회의를 열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했습니다.
이로써 16개월째 비어 있던 주한 미국 대사 자리가 조만간 채워지게 됐습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골드버그 지명자는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콜롬비아 대사를 맡았으며, 이전에는 칠레와 쿠바 대사 대행, 볼리비아와 필리핀 대사를 각각 역임했습니다.
또한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9~2010년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총괄하고 관련 국제 협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고도화하는 어려운 시기지만 미한관계에선 매우 고무적인 환경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As North Korea continues to expand and refine its nuclear and missile arsenal. there will be challenges. But good news for the US is that with the new South Korean administration, we're going to be much more in alignment on policies, not only towards North Korea, but towards Japan and China and South Korea assuming a larger role in the Indo Pacific region.”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북 접근은 물론 일본, 중국 문제에서도 공조가 강화될 것이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등은 미국에 반가운 소식이라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윤석열 정부가 종전선언 등 대북 접근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 대외 현안에서 현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도 동맹에 대해 거래 관계가 아닌 공동 가치에 기반한 관계라는 전통적 견해를 회복했다”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일부 마찰 지점이 제거됐다”고 진단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일각에서 골드버그 대사의 대북제제조정관으로서 경력에 주목하며 이를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방점’이나 ‘제재 강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분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there was an over analysis or over interpretation of his short stint as coordinator for North Korean sanctions. People some interpreted it as this is a signal that Biden is shifting his policy to sanctions or will increase pressure. You know, I think that's an over interpretation.”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골드버그 대사는 미한 동맹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는 한국의 새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한 관계에서) 긴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임 대사의 우선순위는 “주한미군과 미한동맹의 준비태세 유지와 북한 미사일과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 “Amb. Goldberg will have the good fortune of working with a new government who wants to strengthen the US-ROK alliance relationship, but that doesn’t mean tensions won’t arise. His priority will be maintaining the readiness of USFK and US-ROK alliances and addressing North Korea missile and nuclear threats. As he is arriving at the same time as a new president, he will also have to watch closely domestic political developments and not just assume that a pro-US president will meet all of Washington’s expectations.”
앤드류 여 석좌는 또 골드버그 대사가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임하는 만큼 “한국 정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우호적인 대통령이라고 해서 워싱턴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과거 국무부에서 골드버그 대사와 함께 북한 문제를 다뤘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골드버그 대사가 새 한국 정부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더욱 원활한 공조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Moon administration was willing to back away from a number of issues with North Korea on human rights in the hopes that they would be able to improve the relationship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They have little progress in terms of improving the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which leads me to believe that we need to be more persistent in pressing North Korea on human rights”
킹 전 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면서 인권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북한 문제에서 기꺼이 '후퇴'하려 했지만 남북관계 진전은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더 끈질기게 북한을 인권 문제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면서 “한국 새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 추진 등에 협력하며 북한을 더욱 적극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또 골드버그 대사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함께 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좋은 조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법률에서 요구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하지 않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