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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윤석열 대통령 ‘담대한 계획’, ‘북한 비핵화 우선’ ‘상호주의’ 강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0일 열린 취임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0일 열린 취임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하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북한과의 관여에서 ‘조건’에 맞춰 상응 조치를 취하는 상호주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은 10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대북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The previous administration seemingly was interested in providing incentives first, and then seeing if North Korea was willing to do something for toward denuclearization. It seems that that Yoon wants to move back to a different model where North Korea has to make some kind of steps forward and then potentially would get some type of incentive.”

루지에로 전 국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먼저 양보를 한 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어떤 조치에 나서는지를 지켜보고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방식을 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의 중요성에 대해 힘을 싣는 발언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With reports now that North Korea is reversing their actions at their nuclear test site, it really reinforces the value of making sure things are irreversible when it comes to denuclearization.”

앞서 윤 대통령은 10일 열린 취임식에서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담대한 계획’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비핵화를 향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로 들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y do know that they're being asked to make substantive moves to denuclearization. Before they get any commitment any action on the part of the U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he ROK, they must make real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이나 한국, 국제사회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서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윤 대통령의 제안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갈루치 전 특사는 예상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And that sounds to me unlikely to be thrilling to the north. Even though at the end of the rainbow, there may be something audacious, the benefits are left very ambiguous. And the requirements are quite explicit with respect to a move."

윤 대통령이 말한 비핵화 과정의 끝에 어떤 담대한 것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혜택이 있을 지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계획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과거 한국의 보수 성향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여에서 ‘조건’에 맞춰 상응 조치를 취하는 상호주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북한에 먼저 혜택을 안기는 대북 포용 정책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 audacious plan is sort of reminiscent of Lee Myung-bak's Vision 3000. Yoon, like the previous conservative presidents, believes in conditionality, rather than a variant of the Sunshine policy of progressives where they front-load benefits to North Korea. So, I think that conditionality of offering benefits in return for progress towards denuclearization is consistent both with what Yoon had said and as well as previous Conservative South Korean presidents as well as what US and Japanese policy is towards North Korea."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조건에 맞춘 상응 조치를 취하는 정책은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 정책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에 향후 같이 협력해 나가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he wanted to be very clear in his address that he was going to work with the US. There's going to be common goals and objectives between the two countries, because if your goals and objectives are the same, then it's a lot easier to work together.”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진취적 발언을 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화해를 제의하고 나왔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이런 제안에 거절한다면, 경제적 지원이나 협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화나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ought it was very smart, because everybody expected him to come in with a lot of tough rhetoric. And I think it's important that he start his presidency by offering an olive branch. And that way when Kim Jong Un rejects South Korea's offer, we'll be able to blame it on North Korea, because clearly they're not interested and dialogue and they're not interested in denuclearization, even if it would get them some massive economic assistance and cooperation. So I thought it was a very smart move on Yoon’s part, but I don't think it's going to result in any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unfortunately.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자신의 대북 접근법에 다양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북한 정권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손길을 내밀어 보는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ought that was a very smart and helpful thing to do. There was no need to get confrontational at all in the speech. And so the speech is an opportunity to reach out to the North Koreans and remind them there are many aspects of his approach. And one of those aspects is dialogue and cooperation, problem-solving and I thought that was a good thing to do.”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접근법 가운데 하나가 대화와 협력, 문제 해결이라며, 이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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