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방력 발전 계획에 기초한 무력시위 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추정되는 열병 폭증 사태 속에서 내부결속을 위한 긴장 조성 행위이라는 분석들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12일 저녁 기습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이 대남용으로 평가되는 KN-25,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했습니다.
이 같은 추정은 한국 군 당국이 파악한 미사일 제원에 따른 겁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2일 오후 6시 29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은 모두 약 360km, 고도는 약 90km, 속도는 약 마하 5로 탐지됐습니다.
특히 3발은 약 20초 간격으로 연속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1분 만에 3발을 발사할 수 있는 셈입니다.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식 다연장 로켓인 ‘방사포’와 달리 정밀타격 능력을 높여주는 유도 기능 등이 있어 미-한 군 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해당 무기체계를 처음 공개한 건 2019년 8월로, 이번까지 모두 8차례가 발사됐습니다.
또 발사관 수에 따라 4,5,6연장 등 3종으로 나눠 개발 중인 사실이 2020년 10월 열병식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방사포 탄두에 건물 파괴용 이중목적탄(DPICM)이나 확산탄 등을 탑재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초대형 방사포는 전술핵 미사일과 비행 특성이 유사해 ‘섞어쏘기’를 할 수 있는, 요격이 매우 힘든 무기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핵도 탑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동하면서 연속 발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는 현재 한국의 미사일 요격망으로 막기 어렵다며, 전술핵까지 탑재되면 가공할만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12일 미사일 발사는 지난 7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린 지 닷새 만이자 올해 16번째 무력시위입니다.
북한은 특히 같은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부결속용 성격이 강한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방사포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것도 좀 이례적이죠. 또 표적도 없이 허공에다 쏜 겁니다. 방사포를 가지고 지금 긴장도를 확 고조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고 결국은 북한은 지금 코로나 상황에 따른 대내 긴장을 통한 체제결속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론 대내 문제에 집중할 것 같은데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열병 감염자 폭증으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격상한 상황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이미 만들어 놓은 국방력 발전 계획 시간표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민심 동요가 체제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와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일환일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염병이라는 게 북한체제, 김정은체제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기 때문에 일정 시점 이게 통제가 굉장히 어렵고 민심이 악화될 경우 북한이 이것을 외부로 돌리는, 그러니까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돌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감염병 사태 속에서도 7차 핵실험 등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감염병 사태가 위중한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의 시간표를 일부 조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최대비상방역체제이기 때문에 도발이나 무력시위, 국방력 현대화보다 더 중요한 단기적 현안이 생긴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엔 일정 부분 시간표, 일정을 조절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취재진들을 만나 북한의 감염병 상황이 향후 핵실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한 측 리더의 판단 문제”라며 “엘리트 레벨과 주민 사회와의 상황과 별개로 움직이는 게 북한사회이니까 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 준비는 돼 있는 것 같고 다만 핵실험 하기 전에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