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다녀온 뒤 격리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항공 수송기 인근에서 방역물품 추정 물체가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중국에서 싣고 온 물품이 격리 과정을 거치는 듯, 일주일 가까이 순안공항 활주로에 방치돼 있습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물품의 소독시설이 자리한 의주비행장은 열흘 넘게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북부 활주로에 중국에서 최근 싣고 온 것으로 보이는 화물 추정 물체가 놓여 있습니다.
VOA가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레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당 화물은 3대의 고려항공 추정 기체가 계류 중인 장소에서 북쪽으로 각각 220m와 340m, 500m 떨어진 3개 지점에 자리했습니다.
18일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을 통해 해당 물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길이 17m의 직사각형 물체 여러 개가 양옆으로 붙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남쪽에 위치한 물체는 파란색과 빨간색 직사각형 물체 7개가 모여 있고, 남쪽과 북쪽 사이에는 직사각형 물체 3개가, 또 가장 북쪽에는 8개가 보입니다.
앞서 VOA는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15일까지 남쪽 항공기 계류장에 머물던 고려항공 항공기 3대가 사라진 뒤 이틀 뒤인 17일부터 군용 목적으로 활용돼 온 북부 활주로에 자리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은 북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16일 오전 중국 선양 타오셴 공항에 착륙했다 당일 오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VOA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을 다녀온 이들 항공기가 북쪽 지대에 격리 중인 정황이 발견됐는데, 추가로 찍힌 현장 사진을 통해 주변에 화물 추정 물체도 함께 발이 묶인 듯한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현재로선 이 물체가 컨테이너인지, 혹은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인지, 아니면 단순히 특정 물체에 파란색이나 빨간색 덮개를 씌운 것인지 판독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물체의 등장 시기가 고려항공 수송기 3대가 이 일대에서 발견된 시점과 동일하고, 수송기와 함께 가장 최근 촬영된 23일 자 위성사진에서 확인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도된 화물, 즉 방역용 물자와 의약품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긴급 공수한 방역용 물품에 대해서도 최소 일주일간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중국에서 건너온 물품을 장기간 격리하는 모습은 국내 다른 비행장에서도 발견된 바 있습니다.
북중 접경지역 인근의 의주비행장에 대규모 소독시설을 만든 북한은 열차를 이용해 운송된 화물을 이곳에 최대 3개월간 보관해 왔습니다.
따라서 순안공항 북부 활주로에 있는 화물도 동일한 격리 조건을 충족시킨 뒤 내부로 운송될지 주목됩니다.
한편, 의주비행장은 현재 열흘 넘게 출입 화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중국 단둥시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도시를 전면 봉쇄한 뒤 북중 화물열차 운행도 중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의주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실제로 들어오는 화물은 물론 빠져나간 화물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실제로 VOA가 지난 9일과 19일 의주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이곳에 쌓인 화물의 위치와 모양 등에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특히 의주비행장은 장기 격리 조치로 인해 화물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화물이 유입되면서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는데, 움직임이 전혀 없는 현재도 이런 포화상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