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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새 대북 결의안 채택 실패…중·러 반대로 무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와 조현 한국대사(오른쪽),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대사가 26일 안보리 회의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무산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와 조현 한국대사(오른쪽),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대사가 26일 안보리 회의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 채택이 무산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습니다. 초안 작성국인 미국은 안보리가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결의 채택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5월 의장국인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대사는 26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새 안보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녹취: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 “Those in favor of the draft resolution contained in document S/2022/431, please raise your hand.”

곧이어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3개 나라가 찬성 의사를 표시해 달라는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요청에 손을 들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장쥔 중국 대사와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반대’ 의사를 묻는 순서에 손을 들며 새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 3월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마련된 유엔 안보리 새 대북 결의는 최종 무산됐습니다.

안보리가 새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의 찬성표 외에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상임이사국 5개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합니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개최된 지난 3월 25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새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으며 이후 초안을 작성해 각 이사국에 배포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새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반입이 허용된 연간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북한이 주문생산방식(OEM)으로 수출해 온 시계와 손목시계 관련 부품 등을 금수조치 대상으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담배 등을 대북 수출금지품목으로 추가하는 한편 북한 국적자 1명과 기관 3곳, 선박 5척을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미국은 이후 추가로 배포한 결의안 초안에서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 축소분을 최초 제안한 50%에서 25%로 줄이는 등 일부 제재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를 바꿔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을 비롯해 찬성표를 던진 13개 안보리 이사국과 관련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은 이날 안보리의 새 결의안 채택 무산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표결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안보리에 있어서 오늘은 매우 실망스러운 날이라는 점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며 “안보리는 북한의 불법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행동하기를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t goes without saying that this is a disappointing day for this council. The council has refused to take action in response to the DPRK’s unlawful launching of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I wish I could say I am surprised. We have been circulating a draft of this resolution for nine weeks. In that time, the countries vetoing this resolution have refused to engage on the text despite our commitment to inclusivity and flexibility during consultations.”

그러면서 “우리는 결의안 초안을 지난 9주 동안 회람해 왔다”며 “그동안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나라들(중국, 러시아)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포괄성과 유연성에 대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초안에 관여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world faces a clear and present danger from the DPRK it is for that reason that that 13 of us supported this resolution because it is it was the right thing to do.”

이어 “전 세계는 북한의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그런 이유로 13개 나라가 이 결의안을 지지했고, 이건 옳은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멕시코 대표는 “초안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법과 한반도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표명한 중요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는 초안이 2개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한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멕시코 대표(영어 통역)] “The text contains valuable provisions, which expressed the commitment to a peaceful and diplomatic solution and to the ultimate achievement of the complet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t is for this reason that we regret that that text was not adopted as the result of a veto used by two permanent members.”

마틴 키마니 유엔주재 케냐 대사는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녹취: 키마니 대사] “The Security Council has been clear in its resolutions. But, unfortunatel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has chosen to not comply…What we have learned in the last few months is that actions that undermin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concern not only the immediate countries, but even the most distant ones.”

“안보리는 결의들을 통해 명확히 했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난 몇 개월간 배운 건 국제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행동은 인접 국가뿐 아니라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에도 우려가 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현 한국 대사는 “안보리가 이미 시한이 지난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현 대사] “It is with deep regret that this Council failed to adopt this resolution, which I do believe is all already long overdue. My delegation is concerned that this could send the wrong signal to both the DPRK and other potential WMD proliferators that they can do whatever they want with impunity. As I emphasized earlier, unchecked provocations will only embolden the DPRK is continued escalatory behavior.”

이어 “우리 대표단은 이것이 북한과 다른 대량살상무기 확산자들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처벌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저지되지 않는 도발은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를 더욱 담대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제재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장쥔 중국 대사는 “최근 한반도의 지속적인 긴장 상황 속에서 중국은 당사국들에 냉정과 자제를 당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또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쥔 대사(영어 통역)] “Lately, faced with the persistent tension on the peninsula, China has been calling on all parties to exercise calm and restraint and to desist from actions that could increase tension and lead to miscalculations... The Security Council should play a positive and constructive role and its actions should help to deescalate the situation and prevent it from deteriorating, or even getting out of hand.”

이어 “안보리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안보리의 행동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통제 불능이 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며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제안한 제재 완화 결의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이 결의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북한과 민생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탄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대사는 “우리는 새로운 대북제재 채택이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길이라고 자주 언급해 왔다”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은 비효율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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