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일본 순방의 목적 중 하나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당장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여력이 없는 상태라면서 그전까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과 미국의 제재와 연합훈련 재개 등 주고받기식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도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기 전까진 어느 정도의 위기 상황을 겪을 것을 내다봤습니다.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전문가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친 직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의 관심을 받길 원했던 걸까요?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 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수십 년 동안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북한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말을 하죠. 그들이 말하는 방식 중 하나는 군사 역량을 실험하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동북아 지역, 그것도 한반도에 등장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말을 하겠죠. 그들의 말은 평소와 같습니다. ‘우리는 해를 끼칠 역량을 갖고 있고, 군사적 역량이 있으며, 당신들을 억제할 수 있고 또 안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이런 평소 메시지로 볼 때 저는 이번 발사가 매우 이례적이라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한 건가요?
스콧 스나이더 미한 정책국장)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범위의 시험발사 속에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ICBM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고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국을 겨냥했다는 것이죠. 북한은 말로 반응을 보이거나 어떤 제스처도 보내지 않기로 하고 대신 어떤 행동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것이 북한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들은 대화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진행자) 현재 단계에서 확장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 쪽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무엇일까요?
갈루치 전 특사) 동맹에 대한 확장 억지력 강화는 대통령의 방문 목적의 일부였습니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호주에 대해 어떠한 모호성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죠. 미국 대통령은 그것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미국 확장억지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조약동맹이 아닌 나라들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국가 지위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나라에도 그랬죠. 분명히 미국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 호주와의 동맹이 중심입니다. 이와 관련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한국과 함께 훈련할 기회를 찾으면서 필요에 따라 우리 군대가 함께 행동하는 역량을 향상하고 그런 지점에 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확장억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시점입니다.
진행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나요?
스나이더 국장) 지금까지 공동성명을 통해 약속된 것은 확장 억제력과 전략적 대화 그리고 미국 전략자산의 더 활발한 전개입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단합된 모습과 동맹의 결집력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여기에는 역동적인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경우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지 않을 것들을 바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국 국민들의 기대와 압박이 있다는 것과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것들이 점차 높아져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할 경우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시는지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북한이 이미 갈 길을 정해 놨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고 있고 또 그들이 보내는 신호는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하는지 여부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대응이 특별히 북한의 반응을 고조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위험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너무 약한 대응 때문에 북한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죠.
진행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기폭장치를 시험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는데요. 북한이 핵실험을 할까요?
갈루치 전 특사) 우리는 실험장 주변의 활동을 볼 때마다 실험이 임박했다고 여깁니다. 그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했고 무기 생산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또 무기의 구성요소나 무기를 완전한 형태로 실험하고 싶어 하죠. 따라서 북한 핵무기 시설에서 추가 실험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 감지된다고 해서 놀라진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기와 함께 갖게 되는 게 자신감뿐 아니라 정치적 함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핵무기 실험은 그들의 18번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보다 더 도발적이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다른 것이고 더 도발적인 것입니다.
진행자) 유엔의 새 대북 결의안에 중국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갈루치 전 특사) 이번 표결은 러시아와 중국이 결탁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현재 ‘메인 게임’은 유럽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죠. 중국과 러시아 앞에 놓인 문제는 러시아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미국이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서 있죠. 이번 표결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것이 아니었죠. 북한과 북한 행동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심사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북한을 최소한 부분적으로 완충국으로 보고 있고 생존이 필요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추가 병력이나 동북아 지역에 해군을 배치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고 있죠. 유럽에서 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또 중국이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킨 국가와 밀접하게 지내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중국의 도움을 기대해 보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중국이 이번 유엔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동북아에서 중국의 이익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지금과 같은 도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와 상관없이 북한과의 대화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마도 우리가 어떤 형태의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을 불가피하게 먼저 경험할 것으로 봅니다. 과거 패턴이 그랬습니다. 특히 한국에 보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말이죠. 문제는 ‘위기 이후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이냐’는 것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위기 상황은 동북아 지역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북한과 미국 모두 분주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것이 맞다면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상황이죠.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상황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가 오래된 정치, 군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외교적 시도를 하기에 이상적인 시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때 한국 대통령이 말한 ‘담대한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가 오길 희망하지만 그 전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무기 실험, 제재 그리고 연합훈련 등을 통해 서로 의도를 주고받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스콧 스나이더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