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탈북민이 북한 내 가족의 실종과 관련해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 사실이 북한 당국에 알려진 뒤 가족이 행방불명됐다며, 유엔 차원의 문제 제기를 기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8년 러시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백요셉 씨가 3일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에 북한 내 가족 실종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진정서 두 건을 제출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백 씨는 자신의 탈북 이후 신의주에서 강제 추방된 뒤 실종된 의붓어머니 정승희 씨와 이복동생인 백혜신 씨의 행방과 생사 확인 정보 등을 유엔에 요청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남북함께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백 씨는 3일 VOA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요셉 씨] “딱히 해결될 것이란 희망은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죠. 북한 당국이 지금 현존하는 상황에서 북의 가족들이 어떻게 안전할 것이며 신변이 보장될 담보는 없지만 그래도 유엔이란 기구가 북한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함에 있어서 북한 당국이 조금이라도 눈치를 보고 혹시나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신청했습니다.”
백 씨는 탈북 후 러시아에서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난민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당국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영사관에 신원을 확인한다며 자신의 정보를 건넨 뒤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를 확인하는 우편까지 받았었다며, 북한의 가족이 이 때문에 연좌제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요셉 씨] “국가에서 저를 통해 연좌제를 적용해서 집을 몰수하고 아버지를 직장과 당에서 퇴출시키고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킨 거죠. 그래서 집이 풍비박산돼 생활고를 겪었으며 어디로 추방된 뒤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백 씨는 한국에 정착 뒤 가족의 행방을 찾았지만, 아버지는 충격으로 숨지고 나머지 가족은 추방 뒤 실종됐다는 소식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탈북민과 전시·전후 납북자, 국군포로, 재일 한인 북송 피해자 등 북한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겪은 당사자 또는 가족이 수백 건에 달하는 진정서를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이에 대한 유엔의 질의와 해명 요구에 답변을 거부하는 등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이 기구의 백태웅 전 의장은 앞서 VOA에, 북한 정부가 강제실종의 심각성보다 정치적 의미에 너무 집중해 협조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북한 당국을 계속 설득하면서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문제가 조직적일 경우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범죄의 일환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3일 VOA에 이번 진정서는 “북한에서 '추방'이라는 형태로 주민의 집을 빼앗고 오지에서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해 실종시키는 관행에 대한 유엔 차원의 문제 제기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