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친러시아 법원이 우크라이나 측 군인 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서방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중남미 이민자 수용에 관한 미국의 방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 대한 재판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군인 3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반군 세력 자치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법정이 9일,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군인 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이들의 용병 활동과 테러, 권력 전복을 시도한 혐의 등에 유죄를 인정했는데요. 러시아 국영 통신 ‘RIA’는 이들이 총살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재판받은 군인들이 외국인 용병들인가요?
기자) 에이든 애슬린 씨와 숀 피너 씨는 영국 국적자, 사둔 브라힘 씨는 모로코 출신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들이 ‘용병’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가족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네. 모로코 출신인 사둔 브라힘 씨의 아버지는 모로코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둔 씨가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서 용병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애슬린 씨와 피너 씨 가족들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복무해왔다고 말했는데요. 두 사람은 2018년부터 우크라이나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세 사람은 어떻게 하다 체포된 겁니까?
기자) 네. 애슬린 씨와 피너 씨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함께 싸우다 지난 4월 중순, 남부 마리우폴의 최후 저항지였던 아조우스탈에서 친러 세력에 투항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사둔 브라힘 씨는 3월 중순, 동부 볼로바하 지역에서 잡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세 명의 군인들은 혐의를 인정했습니까?
기자) 세 사람 모두 혐의는 인정했지만 용병은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한 달 안에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수 있는데요. 세 사람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재판이 러시아 측의 첫 전쟁 관련 재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24일 개전 후 러시아 측이 진행한 첫 재판입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번에 재판이 이뤄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합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또한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며, 세 사람 모두 ‘전쟁 포로(POW)’로 취급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제네바협약에는 ‘전쟁 포로’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진행자) 네.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 행위가 끝난 후 지체 없이 석방, 송환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습니다. 따라서 적대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합법성이 전혀 없는 엉터리 판결”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실 대변인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이들은 전투원으로서 면책 특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영국인 병사 앤드루 힐 씨도 지금 DPR 지역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절차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라고 지적했습니다. 올레그 니콜렌코 대변인은 이런 보여주기 재판은 법과 도덕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선전이 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일부로서 싸우고 있는 외국 시민은 모두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간주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젊은 경제인과 과학자들과의 대화’라는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표트르 1세의 치적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역사적인 영토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 같은 나라에 울타리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는데요. 더 나아가 영토를 확장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럽에서는 어떤 새로운 움직임이 있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중화기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9일) 전화 통화로 사태를 논의했는데요. 프랑스 대통령실은 두 정상 간 통화 후 프랑스 정부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무기를 제공할지 구체적인 무기 체계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최근 프랑스와 우크라이나 간에 잠깐 껄끄러운 적이 있었죠?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줄곧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며 외교적 해법을 찾아왔는데요. 지난 4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이 굴욕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그 자신은 물론 러시아 국민과 역사에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긴 했는데요. 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외교적 채널을 통해 출구가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나라를 굴욕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너무 무례한 것이라고 반발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이날 전화 통화와 무기 제공 약속으로 더 큰 파장은 막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스페인으로 가봅니다. 지금 스페인에서는 중남미 이민자 수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페인 정부가 중남미 이민자 수용에 관한 미국 정부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스페인 내부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스페인의 노동 시장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스페인이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고 비판하면서, 오직 스페인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에 의해서만 이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스페인의 중남미 이민자 수용이 미국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기자) 네. 지금 미국은 남부 국경 지대로 몰려드는 중남미 이민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주의와 이민자 포용 정책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이민자 행렬이 더 급증했는데요. 지난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처음, 미국이 스페인 정부와 협력해 이들을 스페인에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을 왜 스페인으로 보낸다는 거죠?
기자) 스페인은 언어와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전부터 중남미 국가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유럽에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나라인데요. 미국 정부는 스페인 정부와 협력해 이들의 이주를 돕고, 동시에 미국의 부담도 덜고 싶어 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 정부에도 이를 타진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스페인이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은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서 실업률은 13.5%로 가장 높은데요. 하지만 또 한편,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이유가 뭐죠?
기자) 네. 대체로 스페인 사람들은 식당이나 건물 공사장 같은 곳에서 힘든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졌는데요. 스페인 중소기업협회는 식당과 건설 부문에서만도 지난달 약 10만 명의 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로 인해 국가 경제에도 영향이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페인은 대표적인 관광국입니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2%를 관광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식당 종업원, 관광 안내원 등 부족으로 관광 산업에 당장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스페인의 외국인 이민자 수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2021년도 스페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약 530만 명의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150만 명 정도가 중남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스페인을 떠난 외국인도 늘었습니다. 한편 미국과 스페인은 10일 폐막하는 미주정상회의에서 중남미 이민자 수용에 관한 합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가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군요?
기자) 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9일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지금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 중인데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 일정으로 한국,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 일정을 마친 뒤 필리핀에 가서 마르코스 당선인을 만났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아직 대통령 취임식은 거행하지 않았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당선인의 취임식은 이달 30일에 있습니다. 마르코스 당선인은 지난달 9일 치른 대선에서 2위 후보인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과 30%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압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진행자) 셔먼 부장관과 마르코스 당선인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기자) 네. 셔먼 부장관은 마르코스 당선인과 회동 후 트위터에, 두 사람이 양국 간 동맹과 경제 관계 강화, 인권 증진,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보존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당선인 측의 발표 내용도 들어 볼까요?
기자) 네. 마르코스 당선인 측의 발표도 비슷한데요. 빅터 로드리게스 대변인은 두 사람이 양국의 동맹과 우호를 더 돈독히 하고, 양국 간 경제 강화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기자) 필리핀은 과거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는데요. 두테르테 대통령은 바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비속어를 쓰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미군의 필리핀 주둔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협정(VFA)’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왜 미국 정부와 갈등을 일으킨 거죠?
기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인 인권 탄압 행태가 문제가 됐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악명 높은 필리핀의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재판 없는 즉결 처형과 폭력, 고문 등의 인권 유린이 자행됐다고 미국과 인권 단체들이 비판하자 적개심을 드러내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필리핀과 중국과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기자) 과거 필리핀과 미국 관계가 좋았던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역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필리핀 국민들의 반중국 정서도 강한 편인데요. 필리핀은 특히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겪으면서 이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 승리를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제적 실리를 앞세워 친중국 행보를 걸었습니다.
진행자) 이제 이달 말이면 정권이 바뀌는데, 마르코스 당선인은 어떤 정치적 노선을 취할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마르코스 당선인도 후보 시절, 친중국 성향의 입장을 종종 드러냈습니다. 또 마르코스 대통령과 손잡고 부통령 선거에 나선 사라 두테르테 당선인은 현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이기도 한데요. 그 때문에 마르코스 당선인이 취임하면, 필리핀의 친중국 행보가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의 제2인자인 셔먼 부장관이 아직 취임 전인 마르코스 당선인을 찾은 것은 사전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한편 마르코스 당선인은 최근 필리핀 안보의 핵심인 ‘방문군협정’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셔먼 부장관이 한국과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사이, 국무부의 또 다른 고위급 관리도 역내 국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데릭 콜렛 국무부 특별보좌관은 태국과 싱가포르, 브루나이 관리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간의 특별 정상회의가 열린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