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붙잡은 미국인 포로들에 대한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일, 자원 참전해 우크라이나 편에서 전투하던 중 포로가 된 미국인들을 '용병'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불법활동에 연루됐다고 현지 매체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범죄의 내용에 관해서는 "러시아군 장병들에게 사격을 가해 위험에 빠뜨렸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활동 사항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해당 미국인들은 정규군 소속이 아니어서, 전쟁 포로 처우 등을 규정한 제네바협약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 미국인 포로 영상 공개
앞서 지난 17일, 러시아 매체들은 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했다가 전투 중 포로가 된 미군 출신 미국인 두 명의 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영 방송 RT와 이즈베스티아 신문 등은 미국 앨라배마주 하트셀 출신 앤디 후인 씨와 앨라배마주 투스칼루사 출신 알렉산더 드루크 씨의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일 크렘린궁이 처벌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인 억류 사실을 공개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후인 씨와 드루크 씨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포로로 확인된 최초의 미국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지난 17일 미국인 포로들의 행방에 관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질문에 "보고를 받았다. 우리는 실종자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들 외에 추가로 미국인 한 명이 실종됐다고 같은 날(17일)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해병대 장교 출신 그레이디 쿠르파시 씨가 4월 말 헤르손 지역에서 실종됐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 "미국이 핵무기 감축 간청하게 해야"
러시아 고위 안보 당국자가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간청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20일 주장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이날 "미국과 핵군축에 관해 협상할 필요는 아직 없다"며 "이것(협상)은 러시아에 나쁘다"고 텔레그램 채널 토론방에서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들(미국)이 도망가거나, 기어들어와서 요청하게 하라"고 덧붙였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미국에 대해 러시아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 상황은 "모든 것이 불모지"라며 "우리는 현재 미국과 어떤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 절대온도 0도인 상태"라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핵전력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해야한다는 의미로 러시아 매체들은 풀이했습니다.
양대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경로에서 핵무기 감축 논의를 진행했고, 일부 성과를 봤습니다.
■ '뉴스타트' 체결 당사자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의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인물입니다.
대통령 재임 당시인 지난 2010년, 체코 프라하에서 바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듬해부터 발효된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현장 배치 전략 핵탄두를 1천550기 이하로 줄이고,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10년으로 정한 뉴스타트 종료 시한이 임박한 지난해 2월, 2026년까지 5년 연장하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당국자들은 핵전력을 공공연하게 과시하면서 추가 배치와 실전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 4월,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 중국, 러시아산 석유 수입 크게 늘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지난달(5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842만t에 이르러, 작년 같은 달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20일 공개된 해관총서 자료에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양은 하루 198만 배럴에 해당합니다. 전달인 4월의 159만 배럴에 비해 25%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값이 크게 내려간 러시아산 석유를 중국 국영 기업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등이 많이 사들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19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월 782만t·하루 184만 배럴)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 국가가 됐습니다. 4월에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이 하루 217만 배럴이었습니다.
중국은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이용하기도 하고, 극동 항구나 러시아와 근접한 유럽의 항구를 통한 해상 운송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달 이란산 원유 26만t을 수입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약 7%에 달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군 공세 강화 전망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9일 전망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연상 연설에서 "이번주 러시아군의 강력한 공세를 예상한다"며 "우리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전망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EU 후보국 지위를 얻게 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정을 앞두고 나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정으로 역사적인 한 주가 내일 시작된다"며 "우리의 EU 후보국 지위에 대한 답변을 듣는 주"라고 이날(19일) 연설에서 강조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할 것을 회원국 정상회의에 공식 권고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분과위원장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등 신규 가입 신청국들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가치와 규범을 실행할 결의와 열망을 분명하게 나타내왔다"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