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30일째인 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시크 주 함락을 선언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루한시크 주 마지막 미점령 도시였던 리시찬스크를 장악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이 친러시아 세력과 합동 작전을 통해 "리시찬스크에 대한 완전 통제를 확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측은 전날(2일) 리시찬스크를 포위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발표 하루 만에 리시찬스크 점령 보고가 이뤄진 것입니다.
◼︎ 우크라이나군 철수 확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3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리시찬스크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전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결국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오후, 리시찬스크에서 모든 병력을 빼냈다고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수적으로나 장비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도시(리시찬스크)를 계속 방어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철수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철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전술적 후퇴일 뿐이라면서 신형·장사정 무기를 확보하는 등 준비가 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술적 후퇴'의 이유는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러시아군, 슬로뱐스크 진격
같은 날(3일) 도네츠크 주 요충지인 슬로뱐스크에서는 로켓포 공격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15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바딤 랴흐 슬로뱐스크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격은 최근 슬로뱐스크를 강타한 최악의 포격이었다"고 밝히고 "화재 15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군 고위 정보 당국자는 이날 VO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지상군 주력 부대가 루한시크 주 마지막 미점령 도시들이었던 세베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차례로 점령한 뒤, 도네츠크 주를 다음 목표 삼아 슬로비얀스크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러시아 점령지 3천600곳 넘어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점령한 도시와 마을은 3천600개가 넘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일 밤 영상 연설에서 이같은 통계를 발표하고, 이 중에 1천 곳 가량을 탈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천600여 곳은 아직도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의 충격을 받은 지역 대부분에 재건이 필요한데, 수백 곳은 도시 전체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힘으로 해방한 지역사회와 영토에서 평범한 삶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전국에 걸쳐 새로운 안전 기준과 삶의 질을 제공하는 대규모 사업은 국제적인 역량을 끌어모을 때만이 가능하다"며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오는 4일부터 이틀동안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가 국가 재건을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 벨고로드서 폭발 잇따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도시 벨고로드에서는 3일,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했습니다.
벨고로드 주지사는 아파트 최소 11동과 주택 39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피해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날 이곳을 공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개전 이후 벨고로드 일대 시설이 공습으로 파괴된 사례는 이번 일에 앞서서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 호주 총리 우크라이나 방문
이런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했습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크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과 부차, 호스토멜 등지를 이날 둘러봤습니다.
이르핀과 부차는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대규모 민간인 시신과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집단학살' 정황이 드러난 곳입니다. 호스토멜은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국제공항 소재지입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회견하고, 장갑차와 드론 등을 포함하는 추가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호주의 추가 안보 지원은 미화 총 7천300만 달러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6천700만 달러는 부시마스터 장갑차 20대와 병력수송 장갑전술차량 14대 등 군사장비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600만 달러는 국경관리와 사이버 안보 개선 등에 투입하게 됩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아울러, 러시아 측 인사 16명을 추가 제재하고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는 지난달 26~28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 등 참가국 정상들이 합의하고, 국제사회에 협력을 요구하기로 했던 사항입니다.
러시아는 매년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금의 10% 가량을 생산합니다.
또한 금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중요한 부분이자 외화 획득의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석유에 이어 러시아의 두 번째 주요 수출품으로 꼽힙니다.
이날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발표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부시마스터 장갑차를 보유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면서 "호주는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공동회견에서 평가했습니다.
◼︎ 운동 선수 많이 입대...89명 전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이날(3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크이우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하고, 전쟁 발발 후 훈련시설 파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스포츠 선수들에 관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체육 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각적인 지원책을 약속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과의 공동 회견에서 감사를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많은 운동선수들이 입대해, 최전선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3일)까지 우크라이나 운동선수와 코치 89명이 전사했으며, 13명은 러시아 측에 포로로 잡혀갔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