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10년간 대중국 무역 누적 적자액이 100억 달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 직후부터 무역 적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적자액이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0년간 북중 무역수지를 살펴본 결과 이 기간 북한의 누적 적자액은 101억 368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무역수지는 특정 국가와의 수출과 수입액을 비교해 수출이 많은 경우 ‘흑자’로, 수입이 많은 경우 ‘적자’로 기록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대중 수출액이 수입액을 앞지르지 못하면서 연속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적자규모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2012년 약 9억 6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6년까지 매년 4억~7억 달러 대의 적자 규모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2017년 16억 달러로 적자액 10억 달러를 넘겼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0억 달러와 23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적자액 ‘20억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특히 2017년 적자액이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하고, 이후 2년 동안 적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던 당시는 미국이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시행하며 국제적 제재를 주도했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촉발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로 인해 2017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석탄을 비롯한 광물과 수산물, 섬유제품 등에 대한 수출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반면 수입은 예년 규모를 유지하면서 적자 폭이 급증한 것입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대북 결의가 채택될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수출액 90%에 해당하는 물품이 제재돼 북한의 수익 창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때부터 적자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 이 같은 전망을 현실화했습니다.
북한의 적자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크게 줄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4억 4천만 달러와 2억 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중 수입 중단 조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인 만큼, 수입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경우 2017~2019년 당시의 적자 폭이 재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적자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사실은 과거 무역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북중 무역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북한이 처음으로 누적 적자액 100억 달러를 넘긴 해는 2014년이었습니다.
당시엔 적자액이 100억 달러 쌓이는 데 16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이 기간이 10년으로 단축된 셈입니다.
1998년을 기준으로 한 북한의 대중 무역 누적 적자액은 180억 9천 72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