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 의해 스페인 신병 인도 결정이 내려진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변호인이 최근 구금의 적법성 여부를 묻는 인신보호 청원서를 낸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약 800페이지 분량의 증거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안 씨의 신병 인도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변호인은 미 법원에 제출한 다수의 문건을 통해 안 씨의 스페인 신병 인도가 부당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 법원 전자 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안 씨 측 변호인단은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준비서면(Memorandum of Points and Authorities)’ 2건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서류 등 총 790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 등을 미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미 연방법 집행기관인 미국 보안국(US Marshal)을 상대로 안 씨의 인신보호 청원을 청구한 안 씨의 변호인이 이번 문건을 통해 청원의 근거를 제시한 것입니다.
인신보호 청원은 미 연방기관에 의한 특정인의 구금에 대해 법원이 ‘적법성’을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안 씨 측 변호인은 구금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아 결과적으로 안 씨의 스페인으로의 신병 인도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은 이날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안 씨의 구금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대사관 습격 사건 자체가 탈북을 희망했던 북한 외교관과의 사전 모의를 통해 이뤄진 일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사전 각본에 따라 대사관에 침입하고 강도 행위를 연출한 만큼 범죄로 처벌받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또 당시 사건의 주동자 격인 ‘자유조선’의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 씨가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 인사 등과 교류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를 목격한 안 씨는 스페인 대사관 침입이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안 씨가 스페인 당국에 신병이 인도될 경우 북한 당국의 암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과 안 씨가 ‘인도적 예외 조항’에 의거해 신병 인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 등 최초 1심 법정에서 제기된 주장들이 이번 준비서면에 담겼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해외에서 암살사건을 저지른 적이 있는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이성윤 미 터프츠대학 교수의 증언과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지적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의 탄원서 등도 이날 안 씨 측 변호인의 문건에 포함됐습니다.
미 연방법원이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병 인도 중단을 명령할지 주목됩니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같은 해 4월 스페인 수사당국의 요청을 받은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재판을 받았고,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은 스페인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근거로 안 씨의 스페인 신병 인도를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판결을 내린 판사는 법에 따라 안 씨의 신병 인도를 승인하지만 그것이 옳은 결정이 아니라는 이례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급심이 자신의 결정을 뒤집길 바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안 씨는 외출이 일부 허용되는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안 씨의 구속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안 씨의 가택연금은 곧바로 해제되지만, 반대의 판결이 내려진다면 다시 구속돼 스페인 수사당국으로 신병 인도 절차가 진행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