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정권 교체 시도가 있을 경우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24일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방문해, 아랍연맹(ARB) 회원국 대표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국민과 역사에 굉장히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훨씬 더 나은 삶을 영유할 자격이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동정한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우리 눈 앞에서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선전선동에 넘어가 러시아와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정권 겨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개전 초기,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함락에 실패한 뒤,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돈바스에서 루한시크 주를 완전 장악하고, 도네츠크 주에서도 점령지를 넓혀나가면서, 확전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0일 국영방송 RT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군사 목표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 동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24일) 또한, 러시아는 언제나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나,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젤렌스키 통합 촉구 "건국의 날 기념할 것"
이에 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통합을 촉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영상 연설에서 "우리의 국가 건설 경험, 문화, 정체성 형성은 이미 1천년이 넘었다"면서 "그런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모른 자들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립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엔 내부로부터도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지금처럼 통합을 유지하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전황에 관해 "점령자들(러시아군 장병)도 우리가 승리할 것을 인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을 듣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의 통화를 감청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해설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중요하고 상징적인 한 주가 시작된다. 28일 우크라이나 건국의 날을 처음으로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6개월째 잔혹한 전쟁과 8년간의 돈바스 전쟁,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크렘린궁 "곡물 수출 영향 없을 것"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남동부 오데사 공격은 순전히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이며 곡물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크렘린궁이 25일 주장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적으로 군사 인프라에 연관된(겨냥한)" 작전이 지난 23일 오데사 일대에 단행됐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유엔 측과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했으나, 다음날 곧바로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이 있는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공습 대상이 곡물 수출 합의 이행에 쓰이는 시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선적 절차 시작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미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