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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념관 '추모의 벽' 유족들에게 먼저 공개...유족들 "자랑스러워"


증축 후 26일 사전 공개된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관 내 '추모의 벽'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증축 후 26일 사전 공개된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관 내 '추모의 벽'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관에 증축된 ‘추모의 벽’이 공식 제막식을 하루 앞두고 먼저 전사자 유족들에게 공개됐습니다. 유족들은 벽에 새겨진 가족의 이름을 보며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D.C. 인근에 사는 캐롤 보이어 씨와 그의 아들이 26일 한국전쟁 기념관 ‘추모의 벽’ 제막식 사전 행사에 외삼촌 찰스 에모리 젭 병장의 흑백 사진을 들고 참석했습니다.

젭 병장은 20살이던 1953년 1월 강원도 철원 상감령에서 교전을 벌이다 실종됐고 1년 후 전사 처리됐습니다.

그의 누나이자 보이어 씨의 어머니 헬렌 씨는 남동생의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하고 지난 2009년 사망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미군 전사자 가족을 의미하는 골드 스타(Gold Star) 마크를 가슴에 붙이고 온 보이어 씨는 외삼촌의 유해는 못 찾았지만 추모의 벽에 이름을 새겨진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사자 조카 캐롤 보이어 씨] "They served their last full measure. It’s only fitting that they get recognized for it."

전사자들은 모든 것을 바쳤으며 그들을 기억하는 것만이 걸맞은 대우라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는 27일에 열리는 공식 제막식을 하루 앞두고 이날 유족들에게 공개된 ‘추모의 벽’에는 미군 3만3천 695명과 한국군 카투사 7천 174명 등 총 4만3천 769명의 전사자 이름이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판에 새겨졌습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재단 이사장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 박민식 한국 보훈처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개회사에서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늙어갈 기회를 잃었기에 가장 큰 희생을 했다”며 정식 제막식에 앞서 유족들을 먼저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이날 행사 후 VOA에 ‘추모의 벽’은 전쟁의 대가와 미한 동맹의 힘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틸럴리 전 사령관] "It shows the cost of war. It shows the strength of the ROK-US alliance. Notice that the KATUSA’s are integrated with the Americans. They died with the Americans."

또한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이 미군 이름과 함께 새겨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들이 미군과 함께 싸우다 죽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유족들은 개회식 이후 곧바로 추모의 벽이 둥그렇게 서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가족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가족들은 석판에 새겨진 이름 위에 꽃을 올려놓거나 종이를 대고 연필로 덧칠해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1950년 장진호 전투에서 실종됐다가 지난 2019년 유해로 돌아온 하비 스톰스 소령의 가족은 증손녀들까지 모두 10명이 텍사스에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추모의 벽을 찾았습니다.

할아버지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채 중년이 된 손녀는 “내가 자라며 느꼈던 상실감을 내 아이들 세대는 모른다”면서 “이제는 내 아이들을 데려와서 여기 증조할아버지가 있고, 이것이 너의 유산이라 말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습니다.

[녹취: 전사자 손녀 제니퍼 버듀고 씨] "Being able to bring my children, to me it’s the generation they don’t understand the loss or the void that I had growing up, this is your grear-grandfather…. To have that name written there, that’s your heritage."

89세의 나이에 휠체어를 타고 추모의 벽을 찾은 폴 바우저 씨는 한국 정부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14살에 마지막으로 본 그의 형 롤랜드 바우저 일병은 1950년 북한군에게 포로가 돼 수용소에서 병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전사자 동생 폴 바우저 씨] "We are delighted for what the Koreans have done for us, and remembering us. We are their heroes, but they are our heroes too."

바우저 씨는 “한국이 추모의 벽을 건립해 미군들을 기억해줘서 기쁘다”며 “미군이 한국의 영웅인 만큼 그들도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27일에는 미국과 한국 정부 정부 인사와 의원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추모의 벽 공식 제막식과 헌정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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