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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적극 두둔..."핵 보유국 지위 확보 노린 행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총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총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주권 침탈을 제국주의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해 온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침묵하며 러시아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들의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환경으로 활용하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채택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러시아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두둔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패권정책 때문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평소 주권국가에 대한 외세의 자주권 침해 행위를 반대해 온 북한의 외교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영토와 주권 보존이라는 대외정책의 원칙에 따라 이번 유엔 표결에서 러시아 입장에 서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자신들의 대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러시아 편을 드는 이유는 단순히 러시아가 주요 우방국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엔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핵심적인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러시아군 철군'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표결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5개 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 요건의 맹점을 활용해 사실상 유엔 체제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와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핵 위협에까지 나서며 NPT 체제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유엔과 NPT 체제는 북한에겐 핵 보유국 지위 확보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라며 북한으로선 러시아의 행동을 좋은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핵 보유를 목표로 하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고 그런데 그 핵 보유로 가는 길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두 가지가 유엔과 68년 NPT죠. 그런데 이번에 아주 핵심적인 국제질서가 러시아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으니까 이것을 굉장히 귀한 자신들의 기회로 보겠죠."

북한은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뒤 1996년 제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를 계기로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당사국이기도 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과 대치전선을 형성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북한에 한층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유럽에서 서방과 대치한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 핵 무력의 부각이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동아시아로 분산시킬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한의 핵에 대해서 러시아 같은 경우는 이제 더 이상 비핵화를 위한 동기나 압박은 거의 없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아니면 아주 후순위로 밀리겠죠. 그러면 북한으로선 훨씬 더 핵과 관련된 역량과 심지어는 미국을 겨냥해서 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들을 보유하고 강화시키는 데 좋은 환경이 되는 거죠.”

김 소장은 그런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에 분명한 간극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경우엔 러시아와 달리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물론 타이완까지 자체 핵무기 보유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의도와는 달리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상황이 북한에 유리하게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중-러가 단결했을 때 자유진영에 맞서 싸울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러시아 같은 경우엔 우크라이나 침공한 이후에 군사작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이것은 어떤 경우에든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거에요. 그런 측면은 북한에 있어서도 부담이 된다 이렇게 봐야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전세계적인 규탄이 거세질수록 북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시위와 함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의 파기를 경고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선 전략도발을 감행하는 데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홍 실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지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리고 유엔총회를 통해서 사실상 유엔 전체가 단합해서 움직이는 구도로 바뀌었거든요.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러시아와 같은 무법적 국가에 대해 단결하는 데 북한도 도매금으로 같이 묶여질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ICBM 카드를 꺼냈을 때 갖는 파장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없었을 때와는 좀 다른 더 큰 파장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홍 실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하게 미국의 최근 한반도 전력 증강이 예사롭지 않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이 전략도발을 마음먹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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