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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국제인권단체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맞아 탈북 여성 보호 촉구"...음란 화상채팅 피해 여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인권단체 관계자가 인신매매 반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인권단체 관계자가 인신매매 반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과 국제인권단체가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맞아 중국 내 탈북 여성 보호와 북한 정권의 강제노동 착취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유엔이 올해 주제로 사이버 공간을 통한 인신매매 범죄 급증을 경고한 가운데 탈북 지원단체들은 중국 내 탈북 여성에 대한 음란 화상채팅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30일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World Day Against Trafficking in Persons)을 맞아 북한 상황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OHCHR은 29일 성명에서 “북한을 떠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인신매매망을 통한 학대와 착취에 취약하다”며 제3국에서 강제 결혼·성매매를 당하는 여성들을 예로 들었습니다.

[OHCHR 성명] “Many of those who leave the DPRK are vulnerable to abuse and exploitation through trafficking networks, including women who are trafficked into forced marriages and the sex trade in third countries.”

이어 북한 정부는 “주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기본 의무가 있다”며 “여기에는 주민들이 조국을 떠날 자유를 옹호하고 북한을 떠났거나 떠나려고 시도한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는 조치를 포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권고했듯이 “국가들은 국제 국경을 불규칙하게 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고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탈북민 중 상당수가 인신매매 피해 여성이란 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국가는 탈북민을 자의적 구금과 고문, 구금 중 학대 등 심각한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 않도록 하면서 국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OHCHR 성명] “All states must uphold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by not forcibly returning people to the DPRK who are at risk of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which includes arbitrary detention, torture and ill-treatment in detention.”

인신매매는 폭력과 사기, 속임수, 강압적 수단을 통해 강제노동, 성매매 등 착취로 이익을 챙기는 범죄 행위를 말합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의 경우 국가가 주도적으로 주민들을 강제노동에 혹사시키고 이동의 자유,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기본적 권리마저 부여하지 않은 채 장기간 착취하고 있다며 사실상 ‘감옥국가’, ‘현대판 노예국가’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특히 지난해 76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의 이런 강제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 “The economy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ontinues to be organized in a way that relies on the widespread extraction of forced labour, including from conscripted soldiers and the general populace, including children,...”

북한 경제는 징집된 군인들과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대중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 노동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계속 조직화돼 있다는 겁니다.

특히 교화소와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등 구금시설 내 수감자들이 북한 내 강제노동의 주요 원천 중 하나라며,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는 “노예화에 관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29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은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에 있어 최악 중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명] “North Korea is really the worst of the worst when it comes to human trafficking and forced labor. The government’s use of forced labor is systematic and pervasive, affecting North Koreans across the country, which probably explains why the DPRK is one of the few nations in the world that refuses to join the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 despite claiming that it’s some sort of ‘worker’s paradise.’

북한 정부의 강제노동 활용은 체계적으로 만연해 있으며 북한 전역에 걸쳐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또 김씨 정권은 북한을 일종의 “노동자의 낙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국제노동기구(ILO) 가입을 거부하는 소수의 국가 중 하나란 점도 지적했습니다.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자료사진)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 (자료사진)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에서 강제노동을 근절하는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바로 개선할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북한 당국이 그런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명] “Taking action to eradicate forced labor in North Korea is likely one of the most important things that could be done to immediately improve the quality of life of the people there, but there is no indication that Pyongyang will take any such steps.”

로버트슨 부국장은 또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오랜 기간 강제 결혼과 성노예로 인신매매되는 자국 여성들의 상황을 외면하고 있으며, 지금도 시골에 갇힌 수천 명의 여성을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never lifted a finger to help them)”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중국에서 북송된 여성과 소녀들을 적극적으로 박해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는 반인신매매 대응의 핵심 규범마저 위반하고 있다는 겁입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평양의 실권자들은 인신매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징후조차 없다”면서 북한 내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런 지적은 미국 국무부가 7월 초 공개한 2022 국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을 20년 연속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최악의 3등급 국가로 지목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겁니다.

한편 유엔이 인터넷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인신매매범들의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탈북 여성도 예외가 아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은 올해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주제를 ‘기술의 사용과 남용(the use and abuse of technology)’으로 정해 “인신매매 범죄가 사이버 공간을 점령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신매매범들이 인터넷과 디지털 플랫폼을 피해자 모집 광고와 착취, 통제, 잠재 고객과의 연결, 범죄 수익의 은닉 수단으로 활용해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가다 와리 사무총장은 29일 발표한 화상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터넷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이런 범죄도 늘고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가다 와리 UNODC 사무총장] “Trafficking in persons is a crime that exploits vulnerability, desperation, and trust. Traffickers take advantage of social media and other online platforms to exploit victims. The borderless nature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enables traffickers to expand their reach and profits with even greater impunity.”

“인신매매는 취약성과 절박함, 신뢰를 악용한 범죄로 인신매매범들은 피해자 착취를 위해 소셜미디어와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겁니다.

와리 총장은 특히 “정보와 통신 기술은 국경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인신매매범들이 더 큰 처벌을 받지 않으면서 접근성과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며, 국가들이 기술지원과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범죄로부터 디지털 공간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20년 넘게 탈북민 구출과 보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29일 VOA에, “탈북 여성도 사이버 공간에 갇힌 노예와 같다”며 최근 실태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이동이 힘들어지면서 음란 화상채팅방에 갇힌 탈북 여성들에 대한 착취가 더 심해졌다는 겁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더 심하죠. 어차피 자포자기! 본인들이 못 움직인다는 것을 아니까요. 당장 그 일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천 목사는 음란 화상채팅을 하는 남성 고객도 코로나 여파로 증가하면서 중국 내 업계 관계자들이 탈북 여성들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더 혹사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문자를 교신한 한 여성은 “죽고 싶다”며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구출할 방법이 없어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환경적으로 더 심해지고 일로도 아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것저것 쌓이고 주인과 충돌하면서 많이 맞았다고.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얘기해서. 달래느냐고. 지금 어떻게 방법이 없으니까요. 탈출하려고 나오면 나오는 자체가 죽는 길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올해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극도로 취약한 북한 이주 인구 중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송환을 대체할 법적 대안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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