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핵과 미사일 위협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새로운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재가 현 국제 정세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회의론과 함께 중국에 대한 다양한 압박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주당의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한인 행사에서 새로운 대북 전략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밥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 “We need a new strategy, a real strategy to deal with North Korea, a strategy that prioritizes serious diplomacy and a real roadmap to achieve our stated goal of denuclearization, a strategy grounded in reality and built on an understanding of leverage, diplomacy and negotiations, a strategy working in tandem with our allies in the Republic of Korea and elsewhere in Asia, a strategy which recognizes that addressing human rights not just nuclear weapons and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is essential.”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진지한 외교와 진정한 로드맵을 우선하는 전략, 그리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지렛대와 외교, 협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또한 이런 새로운 대북 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동맹과의 협력,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뿐 아니라 인권을 다루는 것이 필수적임을 인식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어지고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새로운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도 최근 VOA에 북한의 반복적인 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김정은은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쨌든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이 오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회 내에서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북한 문제에 대한 피로감도 높지만,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가 대표적인 요구입니다.
샤봇 의원은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분명히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세컨더리 제재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꺼려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샤봇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공화당 간사] “That would most assuredly get their attention, but it’s something that both Republican and Democratic administrations have been reluctant to do.”
그런가 하면 현 국제정세에서 대북 제재가 작동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아미 베라 의원은 최근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대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제재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막아온) 중국이나 러시아와 함께 무슨 조치든 취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 “I don't know that sanctions are going to be effective. At this juncture, I wouldn't depend on the UN Security Council doing anything either with China and Russia. So I wouldn't think about that. So, the tools that we would have as United States, ROK and others, probably are limited this juncture.”
베라 의원은 “북한의 핵 역량이 가까운 미래에 제거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북한 문제는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화당의 앤 와그너 하원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체제를 이행할 것으로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느냐”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선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우리가 중국의 개별 은행을 제재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않는 작은 은행들”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모든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을 염두에 두고, 북한 등 역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공화당의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최근 본회의장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미일 연합훈련 확대 등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어와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우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샤봇 의원은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하며 “그것은 중국이 원치 않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회 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최근 본회의장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제재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깨야 한다며 “제재를 계속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무장해제를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가치 있는 장기적 목표지만, 우리는 겸손하게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낮추는 ‘가능한 단계적 조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제한적 핵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소수 견해도 있습니다.
[녹취: 브래드 셔먼 미 하원의원] “We need to do more and we need to expect less and settle for less, and less would be if Kim retained a small number of nuclear weapons under very strict monitoring, enough to deter an invasion.
셔먼 의원은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더 많은 것을 하되, 덜 기대하고 작은 것에 만족해야 한다”며 강력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북한의 제한적 핵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