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시찰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돈바스 주민 대표들을 만나 지역 안정을 위한 선결과제들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만남에는 러시아 건설부 장관과 크렘린궁 제1 부속실장, 주요 사법기관 대표들이 동행해서 돈바스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 계획들을 모색했다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설명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특히 돈바스 공화국들(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한시크인민공화국)의 법규들을 러시아 의회에서 승인함으로써, 이 지역의 인프라와 의료시설 재건 사업들을 신속하게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새 학년도에 대비한 교육시설 확충을 비롯한 사회문제해결을 행정적으로 조속히 추진하는 한편, 이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관한 특별 지원을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이번 시찰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 관내에서 진행됐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모임에 참석한 레오니트 파세치니크 LPR 수반과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에게, 전쟁 수행과 재건 과정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초 루한시크 주를 완전 점령했습니다.
◼︎ "국가 이익 보장 모든 수단 동원"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11일) 국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러시아 혐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국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속속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주민투표를 거쳤던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크림(크름) 합병은 국가(러시아)를 강화하고 거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며, 국제법을 엄격하게 준수해 취해진 조치"였다면서 "우리는 옳은 일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사실상 러시아의 '2인자'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총리로 물러나 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서방국가들을 위협해왔습니다.
◼︎ 자포리자 병합 주민 투표 예정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자포리자를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다음달 실시할 예정입니다.
타스통신을 비롯한 러시아 매체들은 11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주에서 오는 9월 11일 러시아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자포리자 주에 임시 정부를 세우고 예브게니 발리츠키를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발리츠키는 "지난 8일 러시아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위해 법령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접한 헤르손에서도 같은 날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크름반도로 공급하는 구상을 러시아 당국이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 측은 "러시아가 크름반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와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개전 초기에 장악했으나, 크름반도 전력 공급 등 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북크름운하가 있는 드네프르강 상류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로 6기를 보유한 에네르호다르 원전은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입니다. 우크라이나 전력의 약 5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원전 단지 내부 시설이 직접 포격을 받아 방사능 유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10일에는 원전 인근 지역 주거지에도 로켓이 떨어졌고, 11일에 또다시 원전에 포격이 단행됐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공격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은 11일, 자포리자 원전이 엄중한 시간을 직면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현장 안전 점검을 허용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11일),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모든 당사자들이 군사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