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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병합' 주창 푸틴 측근 딸 차량 폭발 사망...러시아 측, 정권 배후 암살설 제기


2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수사관들이 전날 다리야 두기나 씨가 숨진 차량 폭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수사관들이 전날 다리야 두기나 씨가 숨진 차량 폭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철학자·정치이론가인 알렉산드르 두긴 씨의 딸이 모스크바 외곽에서 20일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러시아 주요 매체들이 21일 보도한 데 따르면, 두긴 씨의 딸인 29세 다리야 두기나 씨가 전날(20일) 밤 9시30분께 아버지와 동행하기로 돼 있던 차량에서 의문의 폭발로 숨졌습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용의자 파악 작업을 개시하고 현장 검증에 나섰습니다.

두긴 씨 본인을 노린 범행이었을 것이란 추정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 측 인사들은 테러 행위라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정권이 배후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친러시아 세력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데니스 푸실린 수반은 20일 밤 사건 직후 "다리야 두긴이 살해당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은 뒤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리스트들이 알렉산드르 두긴을 제거하려 했고 그의 딸을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기나 씨의 친구인 러시아 사회운동가 안드레이 크라스노프 씨는 이번 사고가 두기나 씨의 아버지인 두긴 씨를 겨냥한 것이라고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주장했습니다.

크라스노프 씨는 "폭발한 차량은 두기나의 아버지 것이었다"고 밝히고 "두기나는 다른 자동차를 주로 몰지만, 오늘은 아버지 차에 탔고, 그의 부친은 다른 길로 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두긴 본인과 딸이 (함께) 표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의문의 차량 폭발

이번 사건은 두긴 모녀가 지역 축제에서 철학 강연에 함께 참석한 뒤 돌아오던 중 발생했습니다. 마지막에 따로 가기로 결정할 때까지 둘은 함께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지인들은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현지 당국은 두기나 씨가 운전하던 도요타의 '랜드크루저' SUV 차량이 수도 모스크바 서쪽 약 20km 지점에 있는 볼시예 뱌제미 근처를 지날 무렵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부서졌다고 밝혔습니다. 차에 불이 붙기 전 폭발 장치가 작동했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현재 법의학자와 폭발물 전문가들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됐습니다.

두기나 씨의 아버지 두긴 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에어 올라온 미확인 '현장 영상'에는 파괴된 채 불타오르는 차량 앞에 서 있는 두긴 씨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 '푸틴의 두뇌' 역할한 철학자

사망한 두기나 씨의 아버지 두긴 씨는 60세로, 러시아의 초국가주의를 주장한 철학자입니다. 푸틴 대통령에게 주요 사안에 관해 조언하면서 '푸틴의 두뇌'라고 불려왔습니다.

1997년 출간한 저서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에서는 러시아의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병합 등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는 유럽·미국과는 다른 가치관을 갖는 유라시아라는 독자적인 공간"을 갖는 별도 문명이라는 내용의 '네오 유라시아주의'를 주창하며 러시아 패권주의를 강조해왔습니다.

이같은 활동을 배경으로, 두긴 씨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습니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긴 씨로부터 받은 영향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인 지난 2월21일 대국민 연설에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1일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우리(러시아) 역사, 문화, 종교 공간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이었던 전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현대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러시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셰비키가 만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사망한 두기나 씨 역시 이런 사상을 공유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 방송 등을 통해 활동해왔습니다.

특히 '유나이티드 월드 인터내셔널'이라는 매체의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관련 선전전을 주도해왔습니다.

이같은 활동을 사유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두기나 씨를 제재 명단에 올렸고, 영국도 지난달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유나이티드 월드 인터내셔널의 웹사이트를 허위 정보 사이트로 분류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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