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내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 등 역내 동맹과의 경제, 안보 협력과 미한일 3국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새로운 전략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이끈 의회 대표단의 최근 아시아 순방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서 역내 동맹,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의회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0일 아시아 순방 관련 회견에서 “이번 순방의 핵심은 보호, 즉 방위였다”며 “경제와 거버넌스 문제도 이 방위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Protecting – to defend is what our CODELs are always all about. Defense. That's the justification. We expand that to conclude economic issues, as well as governance issues. Security, economy, governance. To that end, we follow the lead of our President, who made clear that one of his priorities was a strong Asian Pacific initiative to increase our cooperation in those fields: security, economy and governance.”
펠로시 의장은 또 이날 순방 관련 별도의 성명을 통해서도 “각 순방국과의 논의는 독재정치에 맞서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강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거버넌스와 관련해선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등 공동의 기회를 잡고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의원들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한국과 관련해 공급망과 반도체 등 역내 경제,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데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역내 경제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 동맹, 파트너국과의 양자, 다자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주도 아래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대한 공동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중국 견제의 한 방안으로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하원에서는 한국과의 역내 경제 협력 증대 방안으로 제안돼 왔던 동남아 지역에 대한 공동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둔 ‘역내 고품질 인프라 프로젝트 증대’에 필요한 재원과 정책적 수단을 의회에 보고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조항이 담긴 ‘인도태평양 관여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역내 안보 협력에는 미한일 3국 공조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의회 내 초당적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역내 지정학적 안보에 대한 미한일 3국 공조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 핵실험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Within the Korean public, within the Japanese public…”
“갑작스러운 북 핵실험에 직면했을 때 그 위협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이를 지정학적 안보에 대한 미한일 3국 관계의 강제함수(forcing function)로 이용해 ‘한일 간 역사적 문제는 제쳐두고 3국 관계를 강화하자’고 하는 것은 한국, 일본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역내 안보 협력과 관련해 공화당 일각에서는 미국이 역내 미사일 배치를 위해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6명의 의원들은 지난달 말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을 억지하기 위해 역내 지상발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의회 내에선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점차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공화당의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은 최근 한 청문회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할 경우 미군이 타이완 보호를 위해 병력을 한국에서 동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핵과 미사일 위협을 지속하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새로운 대북 전략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한인 행사에서 “새로운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진지한 외교와 진정한 로드맵을 우선하는 전략, 그리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지렛대와 외교, 협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메넨데즈 위원장] “We need a new strategy, a real strategy…”
또한 이런 새로운 대북 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동맹과의 협력,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인권을 다루는 것이 필수적임을 인식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의회 내에서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북한 문제에 대한 피로감도 높지만,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3자 제재가 대표적인 요구입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분명히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면서 이런 제재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꺼려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의회 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최근 본회의장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가치 있는 장기적 목표지만, 우리는 겸손하게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낮추는 ‘가능한 단계적 조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덜 기대하고 작은 것에 만족해야 한다”며 북한의 제한적 핵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