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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사실상 방치…완공 목표일 2년 넘겨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사실상 방치…완공 목표일 2년 넘겨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만들어진 돔 형태의 건물. 완공되지 못한 채 철골 구조물을 드러내고, 주변엔 자재로 보이는 물체가 놓여 있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만들어진 돔 형태의 건물. 완공되지 못한 채 철골 구조물을 드러내고, 주변엔 자재로 보이는 물체가 놓여 있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착공 4년이 넘도록 건설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골을 드러낸 건물과 수년 채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자재는 장기간 방치된 공사 현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함지하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주목받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의 건물과 도로가 주를 이룹니다.

VOA가 지난 6월 이 일대를 촬영한 ‘프랑스국립우주원’과 ‘에어버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관광지구 내 건물은 물론 그 주변 도로에서도 건설 인력과 차량 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글어스’에 공개된 이 사진에 나타난 대부분의 건물은 외형 공사를 마친 듯 잘 정돈된 모습을 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일부 건물 주변에 대형 기중기가 놓여있고, 지붕은 철골 구조물이 뼈대를 드러낸 상태로 남아있어 완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공사가 활발할 때 포착되는 건설 인력과 차량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현장 모습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습니다.

특히 관광지구 중심부에 타원형의 돔 모양으로 지어진 7~8층짜리 건물은 과거 촬영된 위성사진에 나타난 시멘트 색깔 그대로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주변 환경과 한쪽에 쌓여있는 건물 자재 역시 과거에 찍힌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건물이 지난 2020년 9월과 올해 1월 촬영된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2년 가까이 추가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주변의 또 다른 고층 건물에선 옥상으로 연결된 기중기가 눈에 띄는데, 다른 위성사진을 확인해 본 결과 이 기중기 역시 공사가 한창이던 2019년 설치된 뒤 여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옥상 중심부엔 수영장으로 보이는 대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지만 완공되지 않은 듯 어두운 색상을 띠고, 주변에 그대로 드러난 시멘트 색상의 타일 등은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내 고층 건물. 과거와 달리 타원형 형태의 구조물의 철골 뼈대가 채워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내 고층 건물. 과거와 달리 타원형 형태의 구조물의 철골 뼈대가 채워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다만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옥상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타원형 형태의 구조물은 당시의 철골 뼈대가 이후 시멘트 등으로 채워진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올해 공사가 일부 진행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주변에선 공사 인력이나 차량 등이 포착되지 않아, 잠시 재개된 공사가 다시 중단됐거나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듯한 정황은 이 일대 또 다른 고층 건물 2~3개 동에서도 확인됩니다.

그 밖에 해안가에 자리한 건물 바로 옆에는 포장도로가 깔려 있지만, 상당 부분이 파도에 쓸려온 모래로 덮여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해안가 포장 도로를 뒤덮고 있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해안가 포장 도로를 뒤덮고 있다. 자료=CNES Airbus / Google Earth.

여기저기서 포착되는 ‘미완성’ 정황은 건물의 외관 작업만 마친 채 내부 공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합니다.

번듯한 겉모습과 달리 전기와 수도 공사는 물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나 객실의 가구, 벽지조차 완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 경우 외장공사만 마무리한 채 내부는 텅 비어 있는 ‘류경호텔’과 비슷한 상황으로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지상 105층, 330m 높이의 류경호텔은 1987년 착공됐으나 기술상 문제, 재정 위기 등을 이유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북한은 당초 2019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개발을 시작했지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공사 기간이 한 차례 연장돼 2020년 4월 15일을 새로운 목표일로 잡았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 지도했다며 북한이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019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 지도했다며 북한이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약 2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공은커녕 공사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현장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것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원산 해안가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까지 약 5.5km에 걸쳐 자리하고 있으며 100여 개에 달하는 건물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 건물과 마지막 건물 사이의 길이와 건물 동수만 놓고 본다면, 전 세계 최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도로(스트립)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더딘 공사 실태와 별도로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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