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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한국 용사들 북한 김정은 상대 손배소 승소..."북한 만행 판결문으로 공식화 역사적 의미"


한국의 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이 기념비에 새겨진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들이 기념비에 새겨진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2년 발생한 제2연평해전의 한국 측 전사자 유족과 참전용사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지난 2002년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유족과 참전용사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상사의 배우자 김한나 씨 등 원고 8명에 대해 “북한과 김 위원장은 1인당 2천만원과 2002년 6월 29일부터 연 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김 씨 등은 앞서 지난 2020년 10월 북한과 김 위원장에게 1억6천만원, 미화로 약 12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제2연평해전 발발로 남편이 사망하고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참전용사 7명이 다쳤다”며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소송 취지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북한이 소송법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북한이 자체 헌법과 지휘통솔체계, 단체적 조직을 갖추며 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정부를 참칭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는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과 국내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은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으로 당사자 능력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불법행위의 재판권이 한국 법원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선 남북한 간 교전 중에 발생한 한국 군의 피해에 대해서도 북한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구충서 변호사입니다.

[녹취: 구충서 변호사] “우리는 이제 합법적인 중앙정부이고 북한은 북한 지역을 사실상 점령해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방정부와 유사한 단체 이런 식으로 우리가 보기 때문에 피고로 북한을 세워가지고 손해배상 판결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이렇게 보여집니다.”

재판부는 25일 북한과 김 위원장에게 판결문을 공시송달했습니다.

공시송달은 소송당사자의 주소를 알 수 없어 소송 관련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그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에 일정기간 게시함으로써 송달한 것과 똑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배상금을 받아내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아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실제 배상금까지 받아낸 사례는 없습니다.

지난 202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북한 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했던 한모 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어 2021년 3월엔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피해자의 가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승소한 원고 측은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즉 경문협이 대신 내라며 추심금 청구소송을 냈지만 모두 1심에서 기각됐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경문협 측이 공탁한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에 있는 방송과 소설 작가 소유라는 경문협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겁니다.

법조계에선 배상금 추징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판결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에 의해 서해 상에서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 측 소송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북한의 악행을 판결문이라는 국가 공문서로 공식 인정한 것은 국제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며 배상금 추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기윤 변호사] “북한의 만행을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점 그 다음에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으니까 그걸 가지고 국제사회에 좀 더 호소력 있게 북한 만행을 알릴 수 있는 점 그 다음에 대한민국 정부가 사법 협약을 맺은 국가들에 대해서 만약 거기에 북한 재산이 있다면 집행할 수 있다는 점 이 세가지가 큰 의미가 있죠.”

북한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그동안 금강산 한국 측 시설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한국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대한 위해 행위 등 여러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박사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갑’이 되는 일방적 관계,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보상하지 않는 관행들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물려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의 과거의 잘못된 행동은 언젠가는 분명히 여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북한이 정상적인 글로벌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의 잘못된 과거에 대한 책임이, 의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게 한국 법원에서 본격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이런 소송이 이어질 경우 이미 한국을 향한 대적행동을 선언한 북한의 태도가 더 강경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삼권분립을 축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운용 원리를 무시하고 자기 식대로 해석하면서 최고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선전매체 등을 통해 반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사법부에서 판단한 것도 소위 노동당에서 하듯이 대한민국 집권자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거란 말이죠. 그래서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서 강한 입장, 어떻게 보면 도발적인 입장 이런 것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무래도 대한민국에 대한 태도가 경직되고 강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소재인 것은 명확하죠.”

조한범 박사는 아직은 그런 사례가 없지만 앞으로 유사 소송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상금 추징을 위한 북한 자산 압류나 강제 매각 등의 이슈가 만들어질 경우 남북 당국간 새로운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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