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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교황 방북 의지 표명에 “정치적 악용 소지…북한 외부 접촉 많을수록 좋아”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교황 방북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과의 접촉은 많을수록 좋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방영된 한국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의 가교 구실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직접 밝혔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24일 바티칸 바오로 6세 강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교황은 북한에 “나를 초대해 달라”며 “그러면 거절하지 않겠다. 초대를 받는 대로 북한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뿐 아니라 르완다와 시리아 내전 등을 거론하며, 전 세계가 우선 무기생산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1년 동안만 무기 생산을 위해 쓸 돈을 쓰지 않는다면 그 돈으로 세상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청은 교황의 방북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VOA 서면 질의에 25일 오후 현재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황의 방북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을 만날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의)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이어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나는 갈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교황청은 VOA의 관련 문의에 “문 대통령의 방북 초청을 구두로 전달받았고 교황청 측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지난해 10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당시 교황과의 면담에서 방북을 재요청했고, 이에 대해 교황은 북한의 초청장이 있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대외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교황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있는 세이튼 주드 성당의 폴 리 주임신부는 25일 VOA와의 통화에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이 교황의 선한 의지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녹취: 폴 리 신부]”교황님이 가신다고 해도 그쪽에서는 그것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그런 의지만 있지 선한 의도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동안 햇볕정책이다 뭐다 많이 했지만 얻은 건 없단 말이죠. 교황님은 어디든 가실 수 있는데 나는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에요. 대화라는 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시작해야 가능해요.”

이 신부는 지난 2011년 북한 내 결핵 퇴치 활동 사업을 벌이는 유진벨 재단과 북한을 방문해 식량 지원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미국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교황의 방북이 선전용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This will primarily be a PR opportunity for Kim Jong Un. It may be even more beneficial to him right now, as we understand that the regime has been making preparations for a nuclear test.”

김정은에게는 교황 방북이 선전 기회가 될 것이며,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보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교황을 초청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From the North Korean perspective, there may be much more risk than reward in a visit by the Pope to North Korea. The topics that the Pope would likely with to discuss, human rights and human dignity, freedom of religion, helping poor are all sensitive issues in North Korea.”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교황의 방북은 보상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교황이 논의하고 싶어 할 수 있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종교의 자유, 빈곤층 돕기 등은 모두 북한에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교황에게 초청장을 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 구호단체 사마리탄즈 퍼스의 회장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25일 VOA 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레이엄 회장] “I hope the DPRK will extend an invitation to Pope Francis, and he will be able to accept. The more contact that North Korea has with the outside world, the better. I’ve been there four times, and I think it is important that we maintain a dialogue. It is a very dangerous part of the world, and I believe the only hope is God.”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 대부로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과 면담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그레이엄 회장은 “북한이 외부와의 접촉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북한에 네 번 갔다며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교황 방북은 성사만 된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nytime that the outside world can engage North Korea, you get a head of state. A secretary of state, the Pope, the prominent individuals, a businessman, any event it’s a good idea because it really kind of draws North Korea a little bit out of its shell. “

미국 국무장관이든 교황이든 저명인사든 사업가든 이들의 방북이 북한을 조금이나마 바깥 세계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당연히 교황 방북을 선전용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70년을 그렇게 살아온 주민들도 이제 현실에서 정권의 선전을 해석할 능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의 대북 관여가 필요하다며, 그중 하나가 교황의 방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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