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해 1월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미국 정치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건 반출에 대한 사법당국 수사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더 뜨겁게 달궈지는 모양새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쟁점과 수사 과정 살펴보겠습니다.
“퇴임 후에도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미국의 45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재임 기간, 거침없는 태도로 미국을 이끌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동시에 잦은 말실수와 논란 많은 국내외 정책으로 구설에 오르며 언론을 장식했었습니다.
퇴임과 함께 특별한 행사 외에는 언론 노출을 삼가면서 비교적 조용히 보내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다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여러 논란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퇴임 직전인 지난해 1월 6일 지지자들이 벌인 미국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한 책임론이라든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의 탈세 등 불법 의혹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요즘 연일 미국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가장 뜨거운 쟁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 기밀문서 반출 논란입니다.
“미국 법무부의 주장”
미국 연방 법무부는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특급 기밀이 포함된 방대한 양의 정부 문서를 무단 반출했다며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기록법’에 따르면 퇴임하는 대통령은 모든 정부 문서와 사진 등 모든 공적 자료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제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자료를 모두 정부 소유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 공적 자료를 모두 다 제출하지 않고 방대한 양의 문건을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라라고 자택으로 가져갔는데요.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이후 상당한 문건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해 5월부터 지속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반납을 요구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마라라고 자택에서 12개 상자 분량의 기록물이 발견됐다며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반납하겠다고 통보했고요. 올 1월, 15개 상자 분량의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반납된 자료에 국가 기밀 문건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 발견되자,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미국 법무부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법무부는 마라라고 자택에 있는 모든 정부 자료를 회수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소환장을 발부했고요. 지난 6월,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마라라고 자택을 방문해 일부 문건을 추가로 제출받았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더 많은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8월 법무 장관과 관할 법원의 승인을 받아 마라라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 1만1천 건이 넘는 정부 자료를 추가 확보했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회수한 기밀 문건은 지난 1월 184건, 6월 38건에 이어 8월 약 100건 등 총 300건이 넘는데요. 워싱턴포스트는 이 가운데 외국 정부의 핵무기 현황 같은 초특급 기밀문서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주요 국가 기밀을 개인 편지나 잡지, 사진 등과 마구 섞어 함부로 보관하는 등 국가 기밀을 훼손 또는 은닉했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데요. 연방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서 무단 반출에 대해 방첩법 위반, 사법 방해, 정부 기록의 불법적 처리 등의 혐의를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 기밀을 무단 반출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당국이 말하는 기밀 문건은 이미 자신이 재임 당시 기밀을 해제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밀 문건이 아니며, 따라서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한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지난달 FBI의 압수수색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습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 결심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술수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과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 수색은 전례가 없다며 비판적인 여론이 조성됐는데요.
점점 더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면서 법무부의 압수수색 영장 공개, 영장 발부의 근거가 된 FBI의 의견 진술서(선서진술서) 등 민감한 자료가 하루가 멀다고 공개되는 상황입니다. 통상적으로 미 법무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정 공방”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건 반출에 대한 법정 공방은 형사사건과 민사사건,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부 문건을 마라라고 자택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앞서 소개한 대로, 방첩법 위반, 연방 수사요원들의 사법 수사 방해, 국가 기록물 부실 관리 등의 혐의에 관해 형사사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지난달 법적 조처에 나섰습니다.
미국법이 보장하고 있는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비밀 유지 특권과 대통령의 기밀 유지에 관한 행정특권에 따라 공개하지 말아야 할 문건을 구별해낼 중립적인 특별조사관 임명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제기한 건데요.
법무부는 이미 압수 문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고,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변호인-의뢰인 간 특권’에 해당하는 문건도 확보했기 때문에 특별조사관 임명은 불필요하고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5일,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주 연방판사는 각종 의혹이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절차의 진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조사관을 지명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캐넌 판사는 또한 특별조사관이 지명될 때까지 관련 범죄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미국인들의 시각”
미국 공영방송 NPR과 PBS가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성인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FBI 수사에 관해, 응답자의 4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적인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17%는 비윤리적인 일을 했지만, 불법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답했고요. 약 30%는 전혀 잘못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요. 이들 응답자의 약 60%는 공화당원들이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지만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견고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화당원의 3분의 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했으며, 심지어 6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여전히 출마하길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NBC가 FBI의 압수수색 후인 8월 중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고, 40%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수사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입니다.
지난 9월 6일 리즈 트러스 신임 보수당 대표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이로써 영국은 마거릿 대처, 테레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 시대를 맞게 됐습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1975년생으로 올해 47세입니다. 여성으로서는 40대에 당선된 최초의 총리이기도 합니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PPE)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과 통신회사 등에서 일했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원래 보수당원이 아니었습니다. 교수였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오히려 반보수당 성향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대학에 입학해서도 중도좌파 정당인 자유민주당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요. 하지만 1996년 보수당에 입당했습니다.
이후 꾸준히 정치권에 문을 두드린 그녀는 2001년과 2005년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2010년 결국 의회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약 12년간 데이비드 캐머런,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슨 등 3명의 총리 밑에서 환경장관, 법무장관, 재무장관, 국제통상장관, 외무장관 등의 요직을 거쳐 마침내 영국의 제78대 총리 자리에 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강경 보수파인 트러스 총리를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총리에 빗대 제2의 철의 여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신에 능하고 대세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브렉시트인데요. 트러스 총리는 당초 브렉시트를 강력히 반대해왔지만, 지금은 브렉시트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 경력이 짧아 영국의 총리로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트러스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안보 불안 속에,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공급 위기 등 산적한 국내외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 문건 반출을 둘러싼 쟁점 짚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