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조약에 서명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둘러싸고 터키와 그리스 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조약을 체결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30일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러시아 영토로 합병하는 조약 체결식을 가졌습니다. 이 조약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점령지 수장들이 참석했고요. 저녁에는 붉은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축하하는 야외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진행자) 바로 얼마 전에,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투표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시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일대에서는 러시아로의 편입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는데요. 4개 지역 모두 압도적으로 러시아와의 병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이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고, 해당 지역의 러시아 편입 요청을 수락한다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조약식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조약 서명에 앞서 “루한시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영원히 우리의 동포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힘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땅을 지킬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은 즉각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와 서방 등 국제사회는 해당 지역 주민투표가 불법이라고 규탄하고 있는데요. 이런 지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주민투표를 통한 점령지 합병 요청은 유엔 헌장에 보장된 자결권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드시 이들 지역 주민의 뜻을 존중하고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코 러시아는 해당 지역의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서방을 향한 발언도 했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30분의 연설 대부분을 미국과 서방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할애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서구 지성 집단의 독재는 자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로 향하고 있으며 인간을 부정하고 종교와 모든 전통적 가치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전날에도 비슷한 논지의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29일), 옛소련권 국가들로 이뤄진 ‘독립국가연합(CIS)’ 정보수장들과의 회의에서,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서구 집단의 ‘단극화 패권’에 저항하면서, ‘보다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금의 상황은 전적으로 소련의 붕괴에 따른 것이라면서, 소련 해체 후 서방은 옛소련권 국가들의 갈등과 증오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로서는 상당한 영토를 잃는 건데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해당 4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5%에 달합니다. 폴란드만한 나라 하나가 러시아로 넘어가는 셈인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약식 직후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공공연히 반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마지막 금지선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 나토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담고, 신속히 가입을 신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되면 두 나라의 협상 가능성은 더 멀어지는 건가요?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영상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은 가능하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그는 정직과 존엄이 무엇인지 모른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다른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합병 발표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30일)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병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거짓 병합 주장에 대응해 미국은 동맹, 파트너들과 새로운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과 기업, 270여 명의 러시아 의원을 무더기 제재했고요. 국무부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를 제한했습니다. 상무부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 반응도 살펴보죠.
기자) 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규탄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지지를 꺽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날 트위터에 “푸틴이 선언한 불법 합병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면서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29일), 다른 나라 영토를 무력이나 강제로 병합하는 것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는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약식이 있던 30일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미사일과 로켓, 자살드론 공격을 감행했는데요. 특히 자포리자주에서는 민간인 차량 행렬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적어도 23명이 사망하고, 28명이 다쳤습니다. 자포리자 현지 관리들은 희생자는 전원 민간인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자포리자는 러시아가 지금 합병을 선언한 지역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들 차량은 러시아의 조약 체결 전에, 자포리자주에 있는 가족, 친척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불에 탄 차들 근처에는 시신과 여행 가방, 이불 등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올라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서도 지금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의 부분 군 동원령 발표에 이어 러시아를 탈출한 사람이 지금까지 약 2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와 접경한 나라들이 육로를 통해 들어온 러시아 국적자만 집계한 것이고요. 항공, 선박 등을 이용한 러시아인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핀란드는 이제부터 러시아인들의 관광비자 입국을 전면 차단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핀란드가 30일부로 러시아인의 관광비자 입국 금지를 단행했습니다. 이로써 유럽연합(EU) 국가로 가는 러시아인들의 육로는 모두 차단됐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EU 국가들은 이미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금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4개국은 지난 20일 관광비자를 통한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이미 금지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었는데요. 부분 군 동원령 이후 러시아인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이를 변경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군 동원령 시행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9일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동원령 시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모든 실수는 반드시 시정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군 복무 경험자 등 30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군 경험이 없거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까지 무차별 징집되고 일부 소수민족 지역에 편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태국 소식입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 헌법재판소가 30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총리 임기를 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짠오차 총리는 오는 2025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짠오차 총리의 임기가 왜 논란이 된 겁니까?
기자) 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해 8월 총리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19년 총선을 통해 집권을 연장했는데요. 이 사이, 2017년 헌법을 개정해 총리 임기를 바꾼 게 문제가 됐습니다.
진행자) 총리 임기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기자) 기존의 5년 중임제에서 8년 단임으로 바꿨는데요. 태국 야권은 짠오차 총리가 쿠데타로 처음 집권한 시점인 2014년부터 적용하면 지난 8월 24일로 총리 임기가 끝난다며 헌재에 판결을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태국 정부와 여권은 이에 대해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여권은 짠오차 총리가 새 헌법이 공포된 2017년 4월부터 계산하거나, 또는 새 헌법 체제에서 실시된 선거를 통해 총리로 취임한 2019년 6월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임기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 헌재는 지난달 24일, 야권의 청원을 받아들여 짠오차 총리의 임기를 판단하기로 결정했고요.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짠오차 총리의 직무 정지를 명령했습니다. 이에 쁘라윗 웡수안 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았는데요. 하지만 짠오차 총리는 국방장관직은 그대로 유지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한 달 만에 헌재의 판결이 나왔는데,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손을 들어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9명의 판사로 구성된 헌법재판소는 이날 판결에서 짠오차 총리의 임기는 새 헌법이 시행된 날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짠오차 총리는 야권이 제기한 임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총리직에 복귀하게 됐는데요. 일각에서는 헌재의 재판에 반발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태국에서는 학생들이 중심이 돼 짠오차 총리 사퇴와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진행자) 태국은 내년에 총선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하원의원들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데요. 최근 태국 선관위는 내년 5월 7일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실패와 경제 악화로 저조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둘러싸고 터키와 그리스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터키 정부가 키프로스에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9일,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TRNC)'에 더 많은 병력을 보낼 것이며, 필요하다면 모든 군수물자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키프로스는 지금 분단된 상태죠?
기자) 그렇습니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주민과 터키계 주민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지난 1974년 갈라졌습니다. 현재 섬 전체 면적의 약 60%는 친그리스 정부인 ‘키프로스공화국’이 통치하고 있고요. 북쪽 지역에는 친터키 세력이 세운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이 들어서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어느 쪽을 인정하고 있습니까?
기자) 국제 사회는 키프로스공화국만 합법적 국가로 인정하고 있고요.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을 인정하는 나라는 터키가 유일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터키가 병력을 더 파견하겠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최근 미국 정부가 키프로스공화국에 대한 무기 금수 조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터키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조처는 그리스 편을 드는 행위라며 반발했습니다.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30일, 단지 그리스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리스 편에 서는 이들은 터키와의 우정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미국은 키프로스에 대한 무기 수출을 규제해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87년부터 키프로스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키프로스에 무기 금수 조처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이를 부분 해제했고요. 지난 16일, 미 국무부는 내년 회계연도부터 키프로스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이에 반발하고 나선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터키 외무부는 다음 날(17일)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정부의 조처는 키프로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터키 정부는 외교적으로 긴장을 해결할 준비가 돼 있지만, 외교가 실패해 터키의 이익이 위협을 받는다면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사실 터키와 그리스 간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1996년에도 한 무인도를 놓고 거의 전쟁 직전까지 간 적도 있는데요. 당시에도 미국이 개입해 양국의 충돌을 막았습니다. 두 나라는 최근에도 에게해에 있는 섬들을 둘러싸고 자주 충돌하고 있는데요. 터키는 그리스가 자국에 가까이 있는 섬들을 군사화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그리스는 터키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영토를 보호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관련 브리핑에서, 에게해에 있는 섬들이 그리스의 주권이 미치는 곳이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영토 보전과 주권을 존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프라이스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