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회사들과 노동자들이 대북제재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각국에 남아 외화를 벌고 있다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적했습니다. 몇몇 국가에 유학 중인 북한 학생들이 자칫 첨단기술 습득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중국은 전문가패널의 직접 조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패널은 최소 9개 나라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의 외화벌이 활동을 포착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은 유엔 회원국 1곳의 보고를 토대로 알제리와 콩고,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북한 국적자가 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가 아직도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면 이는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가 대규모로 파견된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러시아 회사 ‘SZ 라이보보드스트로이’가 사할린섬 유즈노 사할린스크의 한 아파트 단지 건설 공사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2019년 말 착공해 2022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었는데, 지난해 인근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북한 음악으로 인한 소음에 항의하면서 북한 노동자 고용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북한의 정보기술(IT) 회사인 ‘평양광명정보기술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회사는 러시아 국적자의 신분을 이용해 IT 계정을 만들고, 북한 IT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관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유즈노 사할린스크의 아파트 건설 공사나 블라디보스토크의 IT 회사와 관련된 자료가 없다고 전문가패널에 답했습니다.
그 밖에 알제리는 지난해 6~7월 사이 북한 ‘남강건설’과 북한 건설 노동자 고용 계약을 맺은 나라로 지목됐고, 캄보디아에서는 최소 2개 회사가 여전히 운영 중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아프리카 나라인 콩고와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에서는 북한 의사가 현지 병원에서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베트남 하노이의 ‘고려식당’이 여전히 영업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앞서 VOA는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고려식당이 운영 중이며, 제재 대상인 만수대 창작사의 그림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베트남 정부의 답신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북한 국적자들이 베트남에 남아있으며, 고려식당은 이들의 생계를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고려식당에 있는 만수대 창작사 그림은 전시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고, 식당 직원들이 이를 판매하는 증거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해외에서 수학 중인 북한 유학생 현황도 공개했습니다.
북한 학생이 다른 나라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는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안보리는 결의 2270호와 2321호를 통해 북한 국적자가 핵 활동이나 핵무기 전달체계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유학생이 핵무기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첨단 재료과학과 첨단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산업공학 등 분야에서 수학하고 있다면, 이는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평양과학기술대학과 학술교류 활동을 해 온 7개 해외 대학에 북한 유학생 현황을 문의했으며, 일부 학교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23~2024년 사이 ‘의학 분야’ 박사 학위 취득 예정인 2명의 북한 학생이 영국의 한 대학에 남아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스웨덴의 한 대학은 생명과학 분야를 연구하던 북한 학생 2명이 각각 2019년과 2020년 교육 과정을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총 6명의 평양과기대 학생이 3개의 자국 대학에 수학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중 2명은 여전히 농업∙생명과학 분야의 석사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중국은 전문가패널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 중국 대표부는 전문가패널이 이런 내용을 조사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며 전문가패널이 직접 자국 내 대학에 연락을 취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