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연일 북한에 대한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비난했습니다. 한국 대표는 지난 30년간 반복된 북한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북한 외교관과 설전을 벌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8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자로 나선 김성훈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이 전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It is deplorable that the DPRK continues to launch various types of ballistic missiles while threatening the use of tactical nuclear weapons. On top of its nuclear blackmail and missile provocations, it is now assessed to be ready for yet another nuclear test, which would be its seventh. Shoul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ail to rein in Pyongyang's nuclear ambition, the crack will slowly but surely widen, potentially drawing others into the nuclear pit.”
김 참사관은 “핵 협박과 미사일 도발에 더해 북한은 이제 7번째가 될 또 다른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야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이에 따른 균열은 느리지만 분명히 확대돼 다른 나라들을 핵 구덩이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The Republic of Korea will continue to work to achieve sustainabl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through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under President Yoon Suk Yeol's “Audacious Initiative.” It is a testament to our sincere willingness to engage in serious and sustained dialogue with the DPRK. We reiterate to urge Pyongyang to cease all destabilizing actions violating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positively respond and immediately return to dialogue.”
군축과 군비통제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는 다음 달 초까지 핵과 대량살상무기, 화학무기 문제 등을 논의하며, 이를 토대로 결의안 초안을 작성해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합니다.
‘핵무기’를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각국의 규탄이 이어졌습니다.
오가사와라 이치로 일본 군축대사는 “일본은 북한의 강화된 핵과 미사일 개발 활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한 지난 4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최근 일련의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가사와라 대사] “Japan cannot but reiterate its deep concern about North Korea’s intensified nuclear and missile development activities. Japan strongly condemns the recent series of recent, including the one on October 4th, which flew over the Japanese territory for the first time in five years. Japan calls on all Member States to reaffirm their strong commitment to the goal of achieving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of all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existing nuclear programs, as well as ballistic missiles of all ranges, in accordance with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e also call on all Member States to fully implement these resolutions.”
이어 “일본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범위의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도 촉구한다”고 오가사와라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초 모 툰 유엔주재 미얀마 대사도 북한 비난에 동참했습니다.
[녹취: 초 모 툰 대사] “Repeated nuclear-capable ballistic missiles launches by the DPRK is a great concern for many countries especially countries in the region for further destabilizing factor to the regional peace and security of the Korean Peninsula. We urge the DPRK to respect all relevant UNSC resolutions.”
“북한의 반복적인 핵 탄도미사일 발사는 역내 평화와 한반도 안보에 더 큰 불안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역내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큰 우려가 된다”는 지적입니다.
초 모 툰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규탄 발언은 전날인 17일에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일본은 반박권(Right of reply)을 활용해 북한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펼쳤는데, 북한이 재반박권을 사용하면서 이들 나라 간 ‘주고받기’식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은 17일 회의 발언을 통해서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의 끝부분에 따로 발언권을 요청해 북한의 최근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브루스 터너 미 군축대사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막고 있는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북한이 국제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조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I would like to highlight that the DPRK has made a mockery of the international rules-based order, with Russia and China preventing any effort to hold the DPRK accountable. We condemn the DPRK is dangerous and reckless launch of a long range ballistic missile that flew over Japan, posing an unacceptable threat to the Japanese public. This action is a clear violation of multiple resolutions adopted unanimously by the UN Security Council. It again demonstrates the threat that the DPRK’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pose to its neighbors and to the region. Together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e call on the DPRK to refrain from further provoking and engage in sustained in subsistent dialogue. We are prepared to have a dialogue.”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며 일본 국민에게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한 북한의 위험하고 무모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그런 행동은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여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것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이웃 국가와 역내에 위협을 가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터너 대사는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대화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이날 반박권을 요청해 또다시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United States is now resorting to the hostile act and nuclear threats and blackmail against the DPRK unprecedented in scale, scope and method. We have already warned a number of occasions that the joint military drills of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are a vivid expression of a hostility towards the DPRK and pose a grave threat to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n the region.”
김 서기관은 “미국은 전례 없는 규모와 범위,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와 핵 위협, 협박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분명한 표현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한국이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1990년대부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듭된 북한의 약속 불이행과 갑작스러운 도발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Mr. Chair, if a country, which has started a war and invaded us, continuously cheats, breaks the agreements and projects its hostile intention both in actions and words, then defensive and measured response is inevitable to cope with such a threat in accordance with inherent rights of self-defense in a collective manner.”
“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침략하고, 협정을 속이고 깨며, 적대적인 의도를 행동과 말로 내보이는 나라가 있다면, 그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집단적인 방식의 방어적이고 신중한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김 참사관은 북한이 자위권을 주장하며 유엔헌장 51조를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유엔헌장 25조를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헌장 51조만을 언급하는 것이 “이중 잣대”라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합법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내와 그 너머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참사관의 지적에 북한 김인철 서기관은 2차 반박권을 사용해 “터무니없는 한국의 논리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핵 위협, 협박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날 북한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또다시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대표는 2차례의 반박권을 통해 “일본은 이 문제를 과학적 증거에 따라 투명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설명했고, 앞으로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