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역대 가장 많은 대형차 타이어를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전문가들은 군용 차량용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이 9월 한 달 미화 1억 427만 달러 상당의 무역 거래를 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무역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중국에서 9천 7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하고, 1천 42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던 2020년 1월 1억 9천715만 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북중 무역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본격화한 2020년 2월 1천71만 달러까지 떨어졌고, 이후에도 줄곧 5천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하다 양국이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올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올해 4월 북중 무역액은 1억 234만 달러로,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변수’가 없고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지난달 양국 교역액은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최대 대북 압박’에 따른 초강경 제재가 발동하기 이전인 2016년 9월 북중 무역액은 5억 2천만 달러로 올해 같은 기간보다 5배가량 많습니다.
심지어 제재가 강화된 이후인 2018년 9월에도 1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해 역시 올해보다 많은 교역량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버스와 화물차용 타이어 11만 9천565개로, 수입액만 1천 302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집계된 연간 대형 타이어 구매액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입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에도 매월 200~300만 달러 규모의 타이어를 수입했을 뿐, 대형 타이어 구매에 1천만 달러 넘게 소비한 적은 없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의 타이어가 군사용으로 쓰일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vehicles in North Korea are military vehicles, so there can be no doubt that if the North Koreans made a large purchase of tires from the Chinese, that they were most likely for military vehicles at least the majority of the purchase. Now, would those be TELs as well? Probably, but most certainly they were for military vehicles of all kinds.”
“북한 내 압도적으로 많은 차량이 군용인 만큼, 중국으로부터 타이어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면 이들 대부분이 군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벡톨 교수는 “아마도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확실한 건 모든 종류의 군용 차량에 쓰인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 기간 북한의 훈련이 약간 감소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타이어 구매를 통해) 군대가 통상적인 준비태세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Remember training went down a bit during COVID because of COVID, so it looks like the North Koreans are gearing up for their military to get back into regular readiness mode.”
북한이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 품목은 수입액 514만 달러를 기록한 ‘가발과 인조속눈썹’ 등 모발용 제품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사람 머리카락’ 품목 199만 3천달러 어치(7위)를 사들여, 모발 관련 제품에만 7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북한의 수출품 목록에도 ‘가발과 인조속눈썹’ 제품(21만 달러)이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제품의 원료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되파는 주문자생산방식(OEM) 무역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까지 인조 속눈썹 제품은 손목시계와 함께 북한의 주요 대중 수출품이었습니다.
그 밖에 북한은 9월 한 달간 대두유(504만 달러)와 담배(421만 달러), 담배 부산물(387만 달러), 의약품(261만 달러) 등을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또 중국산 보건용 안면 마스크도 총 1천55만8천여개, 약 30만 달러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품목은 모두 709개입니다.
반면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한 품목은 단 19개로, 여전히 수입이 수출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합금철의 일종인 페로실리콘(342만 달러)이었으며, ‘몰리브덴광과 그 정광’ 제품(299만 달러), 플로트유리(254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한편 이 기간 북한의 대중 수출품에는 ‘전기’ 142만 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중국이 합작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갈 때 이를 수출로 기록하고, 반대로 이를 끌어올 때 수입으로 기록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이 기간 북한의 실제 대중 수입액은 약 1천278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